▲ 18일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열린 제34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의 세계평화기원대법회.

이후 일본 측 교류협회장 미야바야시 쇼겐 스님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불교계가 세계평화 기원을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역사왜곡 발언이 여과 없이 이뤄진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17일 오후 6시 대전 유성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제34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 환영만찬에서 이뤄졌다. 축사를 위해 단상에 나선 일한불교교류협의회 부회장 모치다 니치유 스님은 “일본과 한국은 가장 가까운 나라로 교류의 역사는 일본의 고분시대 전기 4세기 후반부터 시작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스님은 "일본은 백제와 임나를 고구려와 신라로부터 지키기 위해 거듭되는 출병을 반복하고, 당과 신라의 연합군에 멸망할 때까지 백제와 임나를 원조했다”고 역사왜곡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명치 27년(1894)의 일청전쟁은 중국과 일본의 조선을 둘러싼 대립에서 일어나고, 전승 후 일본은 조선에 대한 중국의 종주권을 포기시키고 조선의 독립을 이뤄냈다”고도 말했다.

모치다 니치유 스님은 “저희들은 한국 사람들과 진정한 우호를 쌓아가기 위해 노력해갈 것을 맹세한다. 역사를 되돌아보며 참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 대처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축사를 마무리 했다.

이후 예정된 축사와 인사말이 끝나자 한국 측 교류협회장인 자승스님이 해당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모치다 니치유 스님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불교도의 용맹정진이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며 사과하고 발언을 삭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다음 날인 18일 오전 10시 공주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열린 세계평화기원대법회에서 일본 측 교류협회장인 미야바야시 쇼겐 스님은 “근세 전쟁에 의해 한국에 대하여 고난을 준 사실은 유감스럽기 그지없으며 깊이 반성하게 된다”고 인사말 함으로써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나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됐던 한일불교교류대회에서 도리어 역사왜곡 발언이 이뤄진 데 대해 불교계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제의 발언이 포함된 축사가 여과 없이 공식 자료집에 게재됐다는 점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에 참석했던 한 스님은 “종교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서에 반하는 역사왜곡 발언이 이뤄지고 또 이를 취소했다는 것 자체가 해프닝”이라며 “공식 자료집에서 해당 문구를 삭제하는 것은 물론 차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