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쇠말뚝이라며 제사까지 지내고 뽑았는데, 알고 보니 군부대 훈련 때 밧줄을 매던 것이었네..."
지난달 28일 세종시와 민족정기선양위원회(회장 소윤하·이하 선양위)는 연기면 전월산(해발 260m) 북동쪽 일명 터진바위 아래에서 고유제를 지내고 바위에 박힌 쇠말뚝 8개를 뽑았다. 선양위는 동네 주민들로부터 군부대 훈련용 쇠말뚝이라는 반론을 접했지만 묵살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만에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역 향토사연구회 간사인 임재한(55)씨는 문제의 쇠말뚝이 일제가 박은 게 아니라 유격훈련장의 밧줄용으로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임씨는 "전월산 유격훈련장의 쇠말뚝과 세종시와 선양위원회가 제거한 쇠말뚝을 비교한 결과, 굵기와 절단면이 똑같았다"고 주장했다.
터진바위에서 유격훈련을 하는 것을 봤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전월산 유격장은 62사단이 관리했는데 당시 유격훈련장 시설을 공병대가 설치한 사실도 확인됐다.
임씨는 "처음엔 일제가 박은 쇠말뚝인줄 알았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유격훈련 때 밧줄을 맨 쇠말뚝이라고 강하게 주장해 의구심이 들어 사실을 밝히게 됐다"면서 "고증을 소홀히 한 채 소란을 피워 결국 행정력만 낭비했다"고 말했다.
윤형권기자 yhk2@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