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오키나와와 히로시마에서 자신의 경험을 전하다

May 20, 2013

일본군 위안부에 동원됐던 할머니 두 분이 19일, 오키나와(沖繩)와 히로시마(廣島)에서 각자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닛폰 유신의 회(日本維新の會)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공동대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는 가운데 참가자로부터 이러한 정치인의 언동을 두고 분노와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과거의 잘못은 현 정부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키나와 현의 일본 본토 반환 41주년에 맞춰 기노완(宜野灣)시에서 열린 집회. 김복동 할머니(87)는 이렇게 호소했다. 식민지 시절 한국에서 태어나 14살이던 1941년, 집으로 들이닥친 일본인에게 위협을 당하고 중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전쟁터로 보내졌다.

김 할머니는 눈과 다리가 좋지 않아 부축을 받으며 걷는 상황임에도 “두 번 다시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위안부는 필요했다”고 발언한 하시모토 공동대표에 대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딸도 보낼 수 있나. 망언으로 과거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진실이 무엇인지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집회는 오키나와 본섬에서 지난 17일부터 계속된 ‘5.15 평화행진’의 대미를 장식하는 행사였다.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때 미군과 일본군 간의 치열한 지상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당시 많은 현민이 피해를 입었다. 또한, 종전 후에는 미군의 통치하에 있다가 1972년 5월 15일 일본으로 반환됐다. 이날 궂은 날씨 속에서도 약 3500명(주최자 발표)이 모여 “현민을 우롱하는 발언은 용서하지 않겠다!”며 하시모토 공동대표의 발언 규탄 구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 시에서는 길원옥 할머니(84)가 집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길 할머니는 11살 때 중국 동북부(옛 만주)의 위안소로 보내졌다. “분하고 가슴이 아프다. 항상 마음이 허전하다”며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털어놨다. 현재 건강 상태가 나빠 휠체어와 도우미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위안부에게 상처를 주는 일본 정치인의 발언이 되풀이되는 현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다. “일본이 또다시 전쟁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평화가 유지되지 않으면 나 같은 사람이 또 나올 것이다.”

집회장에는 예상을 넘는 22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 중 한 피폭자 남성(81)은 “내 나라가 지금까지 행한 일을 정확히 직시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에 원폭의 비참함도 전할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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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의 부축 받는 김복동 할머니. (미조와키 다다시=溝脇正 촬영)

후원자의 부축 받는 김복동 할머니. (미조와키 다다시=溝脇正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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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원자의 부축 받는 김복동 할머니. (미조와키 다다시=溝脇正 촬영)
  • 집회에서 얘기하는 길원옥 할머니. (스지노 겐타=筋野健太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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