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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의 절규, 언제까지 외면할 텐가”

김복동 위안부 할머니 일본영사관서 공식사죄·배상 촉구
입력일자: 2012-07-26 (목)  
“22년간 매주 수요집회를 열어 왔지만 일본 정부는 꿈쩍도 안 해요. 명백한 인권유린 범죄에 대해 지금이라도 사과를 해야 합니다”

25일 오후 1시, LA 다운타운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는 아주 특별한 집회가 열렸다. 14세의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은 일본 제국주의 만행의 산증인 김복동(86) 할머니가 70여명의 한인들과 함께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수요집회’는 현재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국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조치를 요구하며 22년째 벌여오고 있는 것으로, LA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복동 할머니는 14세 때 위안부로 끌려가 일본군 15사단에 귀속, 대만, 홍콩, 중국 광동,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일본의 2차대전 패전 때까지 8년 동안 성노예로 고통 받았다.

한국 정부의 외면과 주위의 차가운 시선이 더 마음 아팠다는 김복동 할머니는 1992년 자신이 당한 인권 유린을 신고했다.

이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에 참석하며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와 법적 배상을 촉구 중이다.

김복동 할머니는 “내가 바라는 건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라며 “수요집회가 열린 긴 세월 동안 사과 한 마디 없이 역사 왜곡만 계속하고 있다”고 분통해했다.

일본 정부의 계속된 역사왜곡에 분개해 위안부 인권유린 사실을 알려온 김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한인 젊은 남성은 총알받이가 됐고 채 피워보지도 못한 소녀들은 일본군에 끌려갔다”며 “한국 정부와 세계가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알려 일본이 사죄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세계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콩고와 우간다 전시지역 성폭력 피해자를 돕기위한 나비기금을 창설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법적 배상에 나설 경우 전액을 이 지역 여성을 위해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가주한미포럼과 LA한인회, 미주 3.1여성동지회 등 단체 관계자 70여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서는 ▲일본 정부의 위안부 만행 전쟁범죄 인정 ▲위안부 규명 정책마련 ▲공식 사죄 및 법적 보상을 촉구하는 선언서가 낭독됐고, 김복동 할머니와 한국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 가주한미포럼 윤석원 대표가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가 영사 면담 후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담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날 수요집회에는 또 일본계 미국인도 동참해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 중단과 속죄를 촉구했다. LA와 샌프란시스코 지역 일본계로 구성된 인권단체 NCRR 소속 데이빗 몬카와는 “미국 정부도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을 강제 수용한 잘못을 사과했다”며 “위안부 문제는 인권유린이다. 일본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 25일 LA 다운타운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김복동 할머니(가운데)가 위안부 만행에 대한 일본 정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박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