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view | 지역 | 인터뷰 | 사설칼럼 | 기획특집 | 인사·부고 | 기협만평 | 지난 머릿기사
이달의 기자상 | 한국 기자상
국내연수 | 해외연수 | 연수기 | 역대연수자 | 연수가이드
협회연혁 | 조직도 | 임원명단 | 역대회장단 | 정관·기타 | 오시는길
로그인 회원가입 RSS서비스PDF서비스
> 뉴스 > 기자상 > 이달의기자상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2013년 05월 01일 (수) 14:20:58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jak@journalist.or.kr
   
 
  ▲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100% 번역 수준으로 표절했다.” 믿을 수 없는 정보였다. 공개 취재에 착수했다. 서울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했다. 제보 자체의 신빙성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한 달에 걸친 취재가 수포로 돌아갈 즈음이었다. 한 취재원의 입에서 “정치외교학부의 한 교수가 최근 사직했다”는 말이 나왔다. 하마터면 영영 묻힐 뻔했던, 서울대 교수 논문 표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은 그렇게 드러났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이었다. 한번 시작된 논문 표절 사건은 서울대를 중심으로 교수 사회를 뒤흔들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연구논문으로부터 시작된 표절 의혹이 학위 논문으로까지 옮겨갔다. “표절자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한 취재원의 말이 계기였다. 그렇게 시작해 표절이 의심되는 수십 편의 석·박사 학위 논문을 검증하다 나온 결실이 ‘스타 강사’ 김미경씨의 논문 표절이다. 한참 주가를 높이던 김씨를 두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우리 시대에 힐링 메시지를 던져주는 강사’와 ‘논문 표절자’ 두 가지 사실 중 어떤 것이 우리 사회 발전에 더 큰 영향을 주느냐는 고민이었다. 일주일 후 결론은 ‘표절’을 바탕으로 한 힐링은 ‘거짓’이라는 것이었다.

김씨의 표절 보도 이후 취재진은 한 달여 동안 수백 편의 논문과 씨름해야 했다. 매일같이 밤을 새워가며, 깨알 같은 크기로 인쇄된 논문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은 고역이었다. 하지만 학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성원이 있었고, 기획을 허망하게 멈추기엔 이미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이 너무 커졌다.

참고문헌 자료들을 교묘히 어휘만 바꿔 베낀 논문들이 절대다수였다. 그러나 100% ‘복사’ 수준으로 표절한 논문이 아니면 보도할 수 없다는 것이 취재진이 세운 ‘철칙’이었다. 빗발치는 제보들의 옥석을 가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사사로운 원한에 근거한 제보가 몰려왔다. 자신의 적(敵)들에게 어떻게든 타격을 입히려는 취재원들의 눈빛을 보며 우리는 판단해야 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욕망인지. 둘 사이의 경계는 모호했다. 밤새 토론했고, 팩트가 함유된 정보 몇 조각만을 보도하기로 했다.

“사회에 희망을 주던 김미경씨를 왜 몰락시켰는가” “십수년전 논문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마녀사냥이자 인민재판이다” 취재과정에서 들은 볼멘소리들이다. 많은 기성세대의 생각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수긍이 갔다. 그렇다고 교수·목사·스타 강사까지 표절로 출세하는 우리나라가 정상은 아니었다.

공정한 경쟁이 아닌 반칙을 일삼는 자들이 명성과 부를 차지하고, 원칙을 지킨 사람들이 패배자가 되는 게 제대로 된 것인가? 기사 몇 편으로 사회가 바뀐다고는 믿지 않는다. 이제 막 작은 씨앗을 뿌렸을 뿐이다. 함께 고생한 이옥진, 원선우 기자와 데스크, 끊임없이 성원한 독자들에게 감사한다.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기사의견은 로그인 후 등록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전체댓글수(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최근인기기사
윤창중씨가 기자였다는 게 부끄럽다
“주진우를 박근혜정부 1호 구속언론인
TV조선, 채널A “북한군 5.18때
손석희 사장, JTBC 보도 바꿀까
주진우 기자 사전구속영장 기각
유사 보도 논란, 자가당착과 이중잣대
주진우 “무죄 확신하지만 법정선 유
자꾸 늦어지는 MBC 임원 인사
한국일보 사태 ‘악화일로’
‘윤창중 사건’ 우리 정부 법적 책임
협회소개 | 광고안내 | 구독신청 | 제휴문의 | 찾아오시는길 | 저작권보호 | 개인정보취급방침
우) 100-750 서울시 중구 태평로 1가 25 프레스센타 13층 1303호 한국기자협회
TEL 사무국 : 734-9321~3 , 편집국 : 02-737-2483 | FAX: 02-738-1003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