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일본의 우경화는 전후 처리가 분명하지 못했던 데 기인한다. 하토야마 이치로와 함께 일본 자민당을 만든 요시다 시게루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복수의 정의가 아닌, 정의의 평화” 운운한 바 있다. 태평양전쟁의 전범자들을 인류의 이름으로 처벌한 극동국제군사재판을 두고 “승자의 판단에 의한 단죄”라는 억지주장을 내놓은 아베 총리의 최근 발언과 맥이 닿는 대목이다. 나치 독일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것이 없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범국이 종전 6년 만에 사실상의 면죄부를 받은 것부터가 문제였다. 미국이 일본의 우경화라는 독버섯을 자라게 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일본 우경화는 단순히 과거사에 대한 해석에 머물지 않는다. 전범(戰犯)국가의 딱지를 떼어냄으로써 평화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문화적으론 나치 독일식 인종주의의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일부 극우 단체에선 “한국인을 죽이자”는 극단적인 구호까지 내놓고 있다고 한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움직임들이다. 한반도의 안정을 흔드는 북한의 전쟁 위협과는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일본의 우경화에 지나치게 관대했다. 나치 독일의 상징이었던 스와스티카(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을 법으로 금하면서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버젓이 올림픽 경기장에서 휘날리도록 허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아베의 망언은 일본의 우경화를 묵과해온 국제사회에 울리는 자명종이다. 당장 우리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경화된 일본을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역시 외교부 장관의 방일 취소 등의 외교적 제스처로 대응하던 종래의 관행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와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일본 우경화의 상징인 욱일승천기의 국내, 국제적인 사용 금지는 물론 세계사를 고쳐 쓰려는 일본의 망동을 규탄하는, 유엔 차원의 결의안 채택에라도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는 이제 국제사회가 함께 대처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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