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오키나와 요나구니섬 구부라항에서 46명 조선인 위안부 희생
제주 심방·예술인 집전 속 위령제 실행위 70여년만에 첫 위령제 열어
오키나와 최서단 밤톨같은 섬 요나구니, 지난달 23일 이 섬 구부라항에서는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조선인 종군 위안부를 위한 요나구니섬 위령제'가 열렸다. 요나구니. 제주바다와 닮은 물빛 고운 섬. 허나 이 섬은 우리에겐 아픈 역사의 섬이다. 식민지시기,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미야코 섬으로 끌려가던 조선인 위안부 46명이 미군기에 의해 배 위에서 한꺼번에 몰살 당한 섬이기 때문이다. 1944년 12월 말이었고 안개자욱한 새벽 바다에서였다. 이번 위령제는 지난해 요나구니와 제주의 평화음악제가 열린 후 요나구니섬 위령제실행위원회(위원장 다지마 고토에 田島琴江))가 꾸려지면서 이뤄졌다. 위령제엔 제주의 예술가들,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등 섬주민들과 일본의 뜻있는 시민들 100여 명이 참여했다. 조선의 넋들이 떠도는 구부라항은 너무나 투명한 옥색 물결로 조용히 출렁였다. 조선시대 제주의 선조 김비의 일행이 흘러 흘러 표착했던 섬 요나구니. 그 역사가 제주와 인연을 맺게 하였을까. 이번 위령제는 제주의 심방과 제주의 예술인들이 그 곳으로 건너가 직접 위령제를 집전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살려줍센 한마디 못하고……모살(모래)로 요를 깔고 감태로 이불 덮고 먹돌 베게 삼앙 누운 영신님들……."
심방의 사설은 구슬펐다. 제주심방 오춘옥이 바다를 향해 해원의 눈물바람을 흩뿌렸다. 요나구니섬 구부라항 북공원. 조국에서 버려진 여인들의 넋이 구부라 항 너머 어느 바다로 떠돌고 있을까. 삽시에 꽃목숨들이 무너져 내린 섬, 얼마나 흘러흘러 조국과 떨어진 이 곳에서 저러한 죽음을 당했을까.
바다에 떨궈진 그 목숨들은 70여년만에 그것의 영혼을 달래는 지상의 제주 심방 사설에서 위무되었다. 여인들의 푸른 혼백이 씻김굿으로 흩어지는 동안 바람길 따라 고향길로 너울 너울 돌아 갔을 것이라 믿고 싶었다.
나포된 듯 끌려온 조선의 여인들은 아마도 죽는 순간까지 죽음이 가까이 있음을 몰랐으리. 하여 위령제에 모인 이들은 비통함으로 그 바다가 속으로 토해내고 있을 신음을 들어야 했다. 이제 그들이 그만 안온한 잠을 청하기를 바랐다. 떠도는 넋들이 그만 고향으로 안착하기를, 저리도 애절한 심방의 가락 속에서 그만 놓여나기를 바랐다.
위령굿에 앞서 시작된 항구의 습한 바람이 제주 무용가 고춘식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진혼무를 잡아끌었다. 요나구니 바다를 날으는 하얀 새처럼 억울한 넋들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서 안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녹아들었다. 이어 제주명창 안복자(제주소리 대표)의 서럽도록 애잔한 '한오백년'이 구부라 항을 휘돌다 사라졌다. 그것은 긴 여운이었다.
요나구니섬 위령제 실행위원회(위원장 대행 사키모토 도시오 崎元俊男)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제주의 예술인들이 건너가 진혼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위령제에 앞서 구부라다목적 집회장에서는 전야제로 '아리랑 음악제'가 열렸다. 여기서는 오키나와 우미세토 유타카(한라산회 대표, 가수)의 '한라산' 등을 불렀고, 허영선의 추모시, 제주무용가 고춘식의 살풀이, 제주소리 대표 안복자와 김복순 양옥란의 제주민요, 강선례의 가야금병창 등이 있었다.
한국에서의 위안부들의 피맺힌 절규가 나온 지 20여 년. 아니라고 했도 증언이 이어지고 있고 수요집회가 이뤄져 오늘도 싸우고 있으나 일본은 아직도 위안부문제에 대해 즉각 사죄, 진실규명, 법적 배상 등 여전히 해결하지 않고 있다. 이번 위령제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와 관계자들, 민주통합당 홍익표 의원도 참가, 요나구섬의 주민들의 평화를 위한 노력에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의 평화를 위해서 위안부 문제는 함께 해결해야할 과제이고 연구 대상임을 강조했다.
이어 24일 오키나와 아카섬에서는 아리랑 평화음악제가 열렸다. 이어 아마구스크전망대에서 '오키나와 전쟁 68년-3.24아카지마 평화제'가 열렸다.
아카지마 평화제 실행위원회 긴조히로아키는 "1945년 3월26일 오전 8시 4분 아카지마에 미군이 상륙하면서 철의 폭풍 오키나와전이 시작됐고 많은 조선인 군부들도 일본군에 의해 희생됐다. 1944년 11월, 조선인 소녀와 여성 7명이 아카지마에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되어 전쟁 속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기위한 위령제"라고 했다.
이번 위령제는 일본의 평화운동가이며 한라산회 고문 나가다 이사무씨의 끊임없는 관심과 주선, 요나구니섬의 뜻을 함께 하는 주민들과 일본 본토에서 온 시민들이 모여 위령제를 치러냈다는데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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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나구니 구부라항 앞 10여명의 조선인 위안부들이 매장됐을지 모를 동굴에서 설명하고 있는 나가다씨(오른쪽2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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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엔 붉은 꽃들이 뜨거웠다. 남방의 꽃, 하이비스커스가 정념으로 이글거리는 오키나와 최서단 요나구니 섬의 길. 어디든 얼굴을 숙이거나 얼굴을 방긋 쳐든 키 작은 백합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그 섬의 사람들은 유리꽃이라 불렀다. 꽃은 말을 거는 듯 했다. 흡사 서러운 넋들의 외침처럼.
"모진 바람, 매운 파도 칼날처럼 몰아쳐/온 몸 사방으로 긁힌 상처 싸맨채/고향의 들처럼 나물 뜯고 김매며 울었네/한 잔 술에 노래했네/고향이 어디냐고 고향 가는 길을 물었네/푸른 바다 저 건너에 서 계신 어머니/무서워요 두려워요/캄캄 어둠 속 바닷물소리 둥둥/아리랑 실어 보내면 어머니/환한 세상 올까요, 정말 올까요/아리랑 부르면 올까요/아리랑 아리랑 천만번 부르면 올까요, 어머니/이건 분명 찰나지요, 꿈이지요/아카지마 붉디붉은 오디처럼 봄들 환한 고향/분명 기다리고 있는 게지요 어머니/아리랑 고개 꽉 움켜쥔 억새처럼 견디고 견디면/돌아갈 수 있는 거지요, 어머니/포탄 없는 세상/봄들 환한 고향 찾아 갈 수 있는 거지요"(허영선 '아카섬의 조선인 위안부를 위한 노래"중). 글·사진 허영선(시인/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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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나구니섬 구부라항 조선인 위안부 학살 사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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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부리항의 현재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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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막바지. 일제는 1944년 말, 미군이 북상하자 오키나와 열도 최서단 요나구니섬 부근 미야코(宮古)섬 등지에 군인 3만 명을 배치한 뒤 위안소 17곳을 설치했다. 대만 등지에서 위안부를 불러 들였다. 일본 지배 하에 있던 대만의 키룽항(基隆)에서 출발해 미야코 섬으로 가던 일본 아카츠키 부대의 기범선엔 53명의 조선인 위안부가 타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안개가 스멀거렸다. 사방은 보이지 않았다. 바다 안개는 더 심했다. 이 기범선이 요나구니 구부라 항에서 정박해 있던 범선 위로 비행기 두 대가 날아들었다.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일본측 비행기인줄 알았다. 갑자기 기총사격. 미군은 여성이 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격을 했다. 세 번째 공격으로 로켓탄을 발사, 배가 침몰했다. 그녀들의 배는 곧 침몰하였다. 일곱 명이 살아남았다 한다.
요나구니섬에서 벌어진 이 위안부 학살은 미야코섬의 군의였고 같은 기범선에 타고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이케무라 쯔네마사(池村恒正)의 증언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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