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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2시 25분 전산망 장애 발생 후 신한은행 IT·보안 담당자들은 한 순간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 급여일이 대거 몰린 25일에는 2차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거론된 탓에 긴장감이 더했다. 이날 오후 4시, 영업점 마감 시각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122시간. 그들이 뜬 눈으로 지새야 했던 시간이다.

최병규 신한은행 IT기획부 부장의 목소리는 피곤한 듯 잠겨 있었다. 그는 "장애를 무조건 막는 게 우리의 임무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니 불편을 겪은 고객들에게는 면목이 없다"며 "사고를 막지 못했으니, 적어도 바로잡기 위한 고생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일 영업점 창구 업무는 물론 인터넷·스마트 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 이용까지 모두 마비되자, 은행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주전산시스템이 공격을 받아 모든 서비스가 마비된 탓이었다. 은행 IT·보안 담당자들은 곧바로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원인 분석보다는 장애 복구가 최우선 과제였다.

다행히 1시간 30분 만에 복구를 완료했다. 비슷한 시점에 함께 전산 장애를 겪었던 주요 방송사와 농협이 사고 발생 당일은 물론 이튿날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피해를 겼었던 것에 비하면 신속하고 완벽한 대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1차 피해를 막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완벽하게 복구를 완료했고 이후에도 추후에도 다른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최 부장도 "단시간에 사고 원인을 파악한 것이 복구 시간을 단축하는데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시스템은 완전 복구됐지만 이때부터 IT·보안 담당자들의 철야는 본격 시작됐다. 추가 전산장애가 발생할 경우, 은행의 신뢰에 대한 심각한 타격은 물론 고객들의 혼란과 피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주말인 23일과 24일에도 24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며 시스템 점검을 반복했다.

은행 한 관계자는 "IT·보안 부서 직원들은 사고 이후 옷을 갈아입고 오는 것 빼고는 집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그야 말로 녹초 상태"라며 "주말 이후 2차, 3차 공격이 예고된 탓에 겹겹이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추가 피해 우려가 고조됐던 '급여일'이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이들의 철야는 계속된다. 최 부장은 "꼭 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사이버 공격이란 게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늘 비상체제"라며 "다른 직원들은 한숨 돌릴지 몰라도 IT·보안 담당 직원들은 당분간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 사고 직후 사이버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사이버 위기 경보단계는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구분된다. 신한은행 보안팀의 '불면의 밤' 역시 경보단계가 '관심'으로 하향 조정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