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파나소닉 등 국내 방송장비 시장 완전 장악
종편 채널 진출로 최대 5조원 시장 열려
日 업체들 “전략기지 세우고 공략 준비 끝냈다”
종편 채널 진출로 최대 5조원 시장 열려
日 업체들 “전략기지 세우고 공략 준비 끝냈다”
| ▲ photo 조선일보 DB |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방송사와 공공기관을 포함한 국내 방송장비 시장은 약 1조9000억원. 하지만 국내 방송장비 시장의 85%가량은 외산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은 국내 방송장비 시장을 7 대 3 비율로 분점하고 있다. 소니가 장악하고 있던 방송장비 시장을 파나소닉이 공격적으로 치고드는 모양새다.
“신규 사업자 선정에 따라 소니와 파나소닉이 이미 방송장비 판매 영업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업계에 파다하다. 종합편성채널로 재편될 예정인 매일경제 MBN의 한 관계자는 “종편 4개에 보도채널 1개까지 5개 채널이 선정되면서 방송장비 업체들은 노가 날 것”이라며 “대당 가격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방송용 카메라만 장악해도 상당한 금액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범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종편채널 진출로 최대 5조원 가까운 국내 시장이 열리면서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1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유례없는 호기를 맞았다”며 “이들 업체들은 이미 국내에 전략기지를 세우고 시장공략 준비를 끝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스튜디오 카메라 대당 2억원
방송제작에 필요한 장비는 제작·송출·중계·수신·네트워크·솔루션·오디오·조명·계측기 분야로 나뉜다. 야외 현장이나 스튜디오에서 각종 영상을 잡아내는 카메라와 휴대용 캠코더를 비롯해 VTR, 스위처(영상과 음성을 편집조정하는 장치), 에디터, 모니터, 오디오 믹서와 마이크, 자막제작기 등 각종 장비가 필요하다.
방송채널 신규 진입에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 까닭도 고가의 방송장비 때문이다. 특히 수요자와 공급자가 한정돼 있는 제품 특성상 제조자 입장에서는 마진을 남기기가 쉽고 소비재와 달리 사후관리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송이 SD(표준화질)에서 HD(고화질)로 넘어가면서 방송장비 역시 더욱 고가화되고 있다.
풀 HD급 방송용 카메라 경우 성능에 따라 대당 가격도 천차만별로 최소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한다. 카메라맨이 현장에서 들고 뛰는 방송용 ENG카메라의 대당 가격은 약 7000만~8000만원에 달한다. 방송장비 수준에서 KBS의 약 70%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 SBS를 기준으로 하면 신규 방송사업자도 ENG카메라를 최소 30~40대는 확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욱이 ENG카메라보다 고품질의 풀HD급 영상을 요구하는 스튜디오용 대형카메라의 대당 가격은 2억원 내외. 스튜디오당 최소 4대 이상의 스튜디오 카메라가 소요된다고 하면 스튜디오당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는 조명과 부대장치는 제외된 금액이다. 방송사의 경우 대략 10여개 이상의 스튜디오가 필요한 만큼 대략 수천억원의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방송기술산업협회 이한범 사무총장은 “뉴스 스튜디오 구축에만 30억~4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토크쇼나 교양프로그램용으로 500~660㎡(150~200평) 내외의 중소형 스튜디오 하나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100억원 선”이라고 밝혔다. 국내 방송 카메라 시장의 100% 가까이를 장악한 일본 전자업체들이 신규 방송채널 진출에 함박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日, 스튜디오·ENG카메라 석권
일본의 경우 오래전부터 NHK 기술연구소를 주축으로 방송장비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사급 인력만 250여명을 확보하고 있는 NHK 기술연구소는 방송장비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한 후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의 업체에 넘긴다.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만 1000억원을 웃돈다고 한다. 이는 박사급 인력이 채 10명이 안되는 KBS 기술연구소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후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NHK의 원천기술을 상용화해 NHK에 넘긴 뒤 사용 실적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 이런 선순환을 통해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업체들은 630억달러(약 7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전세계 방송장비 시장의 43%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들의 뒤를 미국(36%), 유럽(16%) 등이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선두업체는 소니다. 소니는 소니픽처스 등 영화사를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이미 방송용 카메라와 방송장비 시장에서는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3D 방송 제작장비는 소니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경기의 3D영상도 소니가 제작했다.
이 밖에 소니는 대당 가격만 50억원가량에 달하는 방송용 중계차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규 방송채널 사업자도 최소 중계차 3~4대는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략 200억원 내외가 필요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S와 MBC 등은 일본 소니 본사와 직거래를 터서 중계차를 비롯해 방송장비를 들여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소니에 뒤처졌던 파나소닉도 최근 방송의 디지털화 추세에 맞춰 방송장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국내 방송장비 시장에서는 30% 정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방송 카메라와 편집기 등의 상호 호환성이 필수적인 국내 방송장비 시장을 소니가 일찌감치 선점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코리아는 2007년부터 MBC를 시작으로 YTN, MBN, 아리랑TV 등 주요 방송사에 방송용 ENG 카메라를 납품하며 판로를 뚫고 있다. 파나소닉코리아 측은 “3D 카메라 등 방송용 카메라 시장에서 5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 방송 카메라용 렌즈도 일본의 후지논(Fuji non) 등이 장악하고 있다.
“과다구매 부추길 수 있어”
반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국내 토종 전자업체들은 고부가가치의 방송장비 시장에는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다. 국내 시장 자체도 협소하고 더욱이 대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방송장비 시장에서 철수했다. 현재 150여개 중소업체들이 난립한 채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자막기와 방송용 모니터만 겨우 국산화하고 있는 정도다.
630억달러(약 70조원) 규모의 전세계 방송장비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8억달러가량. 세계시장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더욱이 방송장비 도입에 따른 적자도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방송기술산업협회는 “지난 2009년 8억800만달러에 달한 적자 규모는 올해 신규사업자의 방송 진출에 따라 15억달러로 2배 가까이 늘 것”으로 예상했다.
방송기술산업협회 이한범 사무총장은 “후발주자인 SBS도 방송장비를 확충하는 데 10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소니나 파나소닉 등이 로비나 리베이트를 통해 방송장비 과다구매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신규사업자는 일본 전자업체들과 직거래를 트는 방식으로 중개마진을 줄이거나 철저한 가격분석을 통해 순차적으로 장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