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종단인 조동종(曹洞宗)의 스님들이 과거를 참회하고 사죄하는 ‘참사문(懺謝文·참회와 사죄의 글)비 제막식’이 16일 오전 전북 군산시 금광동 동국사 경내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동지회(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 대표 이치노헤 쇼고(一戶彰晃·일본 아오모리 운상사 주지)를 비롯해 일본인 작가인 도다이쿠코(도서출판 토향 대표), 동국사 주지 종명스님, 성불사 주지 종걸 스님, 문동신 군산시장,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제막식에 참석한 이치노헤 쇼고는 “동국사 경내에서 1992년 일본 조동종(曹洞宗)이 발표한 ‘참사문비’를 세우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참사문비 건립에 도움을 준 선운사 법만 주지스님과 동국사 종명스님을 비롯해 ‘동지회’ 회원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불교계는 근대화를 추진하는 일본의 국가 권력에 협력하며 전쟁에 가담해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동아시아에 남겼다”며 “동국사에 제막된 ‘참사문비’가 일본 불교의 양심으로 받아 들여 주길 기원한다”고 용서를 빌었다.
도다 이쿠코는 “불교는 원래 민족이나 국가를 넘어 인류 보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지만 일본 불교는 침략의 수단으로 국가에게 이용당하고 승려들은 적극적으로 침략에 가담했다”며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 각지를 답사해 일본 불교가 어떤 식으로 침략전쟁에 가담했는지 검증작업을 해 온 이치노헤 스님은 노력은 한·일간의 진지한 우호관계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국사 주지 종명스님은 “오늘 동국사에 참사문비를 세운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남에게 사죄하거나참회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도 동지회가 참사문비를 세운 것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며 앞으로 한일 불교관계는 물론 외교관계에 있어서도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제막식을 가진 ‘참사문비’는 가로 3m, 세로 2.3m 크기로 기단은 연화문으로 장식돼 있으며, 비 왼쪽은 일본어 원문이, 오른쪽에는 한국어 번역문으로 병행해 채워져 있다.
비문은 일본 조동종에서 20년 전 발표한 참사문 중 일부 내용만을 발췌한 것으로 일본이 행한 과오에 대한 불교적 참회와 사죄의 뜻을 담고 있다.
석재는 전북 익산에서 생산되고 있는 최고급 국내산 황등석으로 제작됐다.
제막식에 앞서 대웅전에서는 동국사 창건 104주년을 기념하는 다례제(茶禮祭)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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