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29 09:20 | 수정 : 2012.03.29 10:18
최근 ‘수주 텃밭’으로 통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공사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진다. 그러나 저가 수주(평균적인 공사비보다 싼 가격에 수주한 것)가 많아 수주 자체가 ‘속 빈 강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가 지난해 사우디에서 국내업체가 입찰했던 공사 중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입찰 금액이 5~20%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전 공사 경험 및 업체의 보유 기술에 따라 입찰가격이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경쟁 입찰가격이 5% 이상 차이난 것은 마진율을 줄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업체는 사우디에서 사우디 자국기업에 이어 2번째(전체 금액의 23%)로 많이 수주를 했다.
-
- ▲ 협회 및 건설업계 취합/허성준 기자
삼성물산의 1차 발전플랜트 수주금액은 약 11억900만달러. 킬로와트(kW) 당 565달러 수준이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국내 업체인 두산·한화건설 컨소시엄은 729달러(14억8000만 달러), 현대건설은 691달러(13억4100만 달러), GS건설·GE 컨소시엄은 698달러(12억7900만 달러)를 입찰가로 썼다.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시중 EPC(설계·구매·시공) 금액은 킬로와트 당 700달러 수준이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지난해 3월 수주한 ‘사우디 샤이바 NGL 가스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총 4개 공사로 구성돼 있는데, 삼성엔지니어링은 가스처리시설의 경우 SK건설보다 입찰가를 10% 싸게 써냈고, 열병합시설은 현대건설보다 17%를 싸게 썼다.
-
- ▲ 협회 및 건설업계 취합/허성준 기자
‘사우디 와짓 가스 프로젝트’는 SK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 경쟁을 벌였던 프로젝트다. 총 4개 공사로 이뤄져 있다. SK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찰가 차이는 공사별로 1~3% 정도였다. 그러나 2개 공사의 경우 입찰에 참여했던 GS건설(006360)의 입찰가와 두 업체의 입찰가는 22~34% 차이가 났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저가수주를 하는 것은 매출액을 늘려 회사 규모를 키우고, 차후 발주되는 물량을 선점하겠다는 이유도 있다”며 “그러나 저가수주가 계속되면 재투자할 여력이 없어져 해양 플랜트 등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중국·인도 건설사가 플랜트 시장에 뛰어들면 국내 건설사는 가격 경쟁력을 잃어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