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 “일본, 위안부 문제 포함 과거사 다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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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창 “일본, 위안부 문제 포함 과거사 다시 인식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3.01.05 03:00 / 수정 2013.01.05 03:00

석방 이튿날 중국행 … 전화 인터뷰
공정한 재판 해준 한국에 감사
가족과 생일 보내게 돼 기뻐

일본 야스쿠니 신사 문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중국인 류창(劉强·39·사진)이 범죄인 인도 재판에서 정치범으로 인정받고 풀려난 지 하루 만인 4일 오전 중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이날 오전 8시5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상하이(上海) 푸둥(浦東)공항에 도착했다. 상하이는 류씨의 한국인 외할머니가 1942년 일본 종군 위안부로 끌려가 정착한 곳이자 류씨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곳이다. 그는 이날 공항에서 상하이 시 정부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았으며 오후에 어머니와 딸 등 가족들과 반갑게 재회했다.

 류씨는 서울에서 출국해 상하이에 도착할 때까지 신변 보호를 위해 동행한 중국 정부 관계자의 보호를 받았다. 중앙일보는 이 관계자를 통해 류씨와 인터뷰했다.

 그는 먼저 “일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과거사를 다시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씨는 2011년 12월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는 뉴스를 보고 격분해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 문에 불을 질렀다. 그러면서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류씨는 또한 이번 재판 과정에서 한국 법원과 사회가 보여준 온정에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법치국가인 한국이 법(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태평양전쟁유족회 양순임(69·여) 회장에게도 각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류씨가 지난해 1월 8일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수감됐을 때 가장 먼저 면회를 갔던 한국인이다. 또 수백 명의 서명을 받아 법원과 법무부에 탄원서를 냈다.

 양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외면한 일본 정부에 한국인을 대신해 분노를 표시한 류창은 단순한 방화범이 아니라 용기와 기개 있는 젊은이다. 류를 일본으로 보내지 말고 중국으로 보내 일본 우익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사법부가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류씨는 서울구치소에서 만난 한국인들이 한글을 가르쳐준 데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TV에서 뉴스를 천천히 말하면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며 “저에게 큰 관심을 보내준 한국의 많은 분과 언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고법에서 정치범으로 인정돼 풀려난 류씨는 주한 중국대사관 관내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는 “외할머니의 나라라서 그런지 한국 김치가 내 입에 잘 맞는다. 어머니와 나, 그리고 딸(4)의 생일이 1월 상순에 연달아 있는데 가족과 함께 상하이에서 생일을 보낼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류씨가 한국을 다시 방문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투척한 혐의로 10개월을 복역한 기록 때문에 그가 한국을 방문하려면 비자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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