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이른바 ‘화학적 거세법’으로 불리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법원이 검찰이 청구한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저 거세)를 받아들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김기영 부장판사)는 3일 미성년자 5명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표모(31)씨에 대해 징역 15년에 성충동 약물치료 3년, 전자발찌 부착 20년, 정보공개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간치상, 특수강도강간 등으로 징역형을 산 적이 있으며 누범 기간에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며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범행했으며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있고 성욕과잉인 것으로 보여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바리스타인 표씨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7개월간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10대 중반의 여성 청소년 5명과 6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뒤 이들의 알몸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 등에 퍼뜨리겠다면서 흉기로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표씨는 검찰에서 “성충동이 조절되지 않는다”고 진술했고, 감정 결과 ‘성욕 과잉 장애(성도착증)’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표씨에 대해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화학적 거세’는 성욕과 성충동을 일으키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약물 투여로 없애는 것으로 ‘거세 약물’로는 주로 전립선암 치료제로 사용되는 루프론·졸라덱스 등이 쓰인다.

현행법 상 ‘화학적 거세’는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재범 우려가 큰 19세 이상 성인이 1차 대상이다. 이들 중 정신과 전문의 진단에 의해 성도착증으로 판정되고, 법원에서 약물치료를 결정하면 대상자가 된다.

약물치료가 결정되면 교도소나 감호소 출소 2개월 전부터 ‘거세약물’을 투여해 최대 15년까지 투여하게 된다. 화학적 거세를 지속할지는 6개월마다 치료 경과와 생활 태도를 보고 결정한다.

법적으로 화학적 거세 대상은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의 결정이나 ‘검찰 청구→법원 결정’ 두 가지 방식으로 정해지는데 법무부 위원회는 성범죄자에게 최장 3년, 법원은 최장 15년간 약물치료 명령을 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아동 성폭행범인 박모(45)씨에 대해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는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 결정으로, 그 기간도 최대 3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와는 다르다.

국내 화학적 거세 1호인 박씨는 ‘소아 성 기호증’이라는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