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강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비판하는 자신의 페이스북 댓글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학생에게 “색출하겠다” “잡아 죽인다” “개XX” 등의 막말을 퍼부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C대 측과 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교양학부 강사인 이모씨의 글 등에 따르면 이씨는 20일 페이스북 친구의 글에 ‘박근혜가 역병에 걸려 죽지 않는 한 (변화는) 힘들 것’이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이 댓글을 본 한 네티즌은 C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이씨가 박 당선인보고 죽으라는 글을 올렸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C대 학생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씨의 댓글과 네티즌의 글은 각각 페이스북과 학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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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립대 C대 강사 이모씨가 21일 오전 자기 페이북에 올린 글
이후 이씨는 21일 오전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씨는 자기 페이스북에 “그녀(박 당선인)의 구호는 100%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미친X, 레알(‘real’을 문자 그대로 발음한 것) 미친X”이라며 “어떤 미친 인간이 (내 댓글을) 학교 게시판에 올렸다. 다시 입을 놀리면 내 모든 것을 걸고 잡아 죽인다. 이 글도 링크시켜라 개XX야”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자기 댓글을 커뮤니티에 올린 네티즌에게 “개XX야. 내가 시간강사라서 만만하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너를 찾아내고 말겠다”라며 “덕분에 돈독 오른 총장과 박근혜 당선을 보면서 미소 지었을 이사장이나 출세에 눈이 먼 보직교수들, 모니터링하는 교직원들 눈에 내 이름 석 자는 뚜렷하게 각인됐을 것”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이씨는 또 “20~30대에 자기 애비가 대기업 회장이나 땅 부자도 아닌데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자는 모두 미친 인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겠다”며 “또 글 퍼가서 게시판에 올리면 색출해주겠다”고 했다.
현재는 삭제됐지만 21일 오전 전체공개 상태였던 이 글은 C대 학생들 사이에 논란이 됐다.
학생들은 C대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런 사람이 어떻게 교원이 될 수 있느냐” “가르치는 학생보다 질이 떨어지는 교수” “어떻게 학생에게 욕설을 퍼부을 수 있나. 교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일부에선 “이씨의 말이 틀리지는 않다” “박 당선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교원으로서의 자격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이 “이씨의 성향과 별개로 대응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 “비판적 의견을 낸 사람을 색출해 죽여버린다는 건 이념과 상관없이 문제가 되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이씨는 학교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올리고 “지인의 페이스북에 적은 제 댓글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는 소리를 듣고 자정까지 지켜보다 울적해서 새벽에 술을 많이 마셨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총장님과 이사장님까지 싸잡아서 비난한 점을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처음 글을 올린 학생에 대해서 ‘색출한다’ ‘자퇴’ 운운했던 것은 술을 마시고 울분에 차서 적은 것”이라며 “사과를 받아달라”고 했다. 그는 자기가 겨울방학 계절학기에 맡은 강의는 다른 사람이 담당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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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씨가 21일 오후 C대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해명글
학교 측은 별도의 글을 올려 “이모 강사님의 발언 내용 가운데 심한 욕설과 우리 대학 이미지에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들이 있어서 이 모 강사님의 발언을 옮긴 글들 일부는 본인에게 쪽지를 드렸고, 우선 ‘숨겨두기’ 했다”며 “이모 강사님의 정치적 소신에 관한 발언 내용은 관계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과격한 표현과 우리 대학 이미지에 훼손을 줄 만한 내용을 언급하신 부분이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의 글 등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빠르게 확산됐으며, 네티즌들은 “막말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