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12 20:16
수정 : 2012.12.12 20:16
“일 정치 오른쪽으로만 가면 리버럴 세력 절멸”
아사히신문 인터뷰서 밝혀
일본의 자민당총재를 지낸, 대표적인 ‘합리적 보수’로 꼽히는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75·사진)이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16일 중의원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일본의 우경화에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고노 전 장관은 12일치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 9월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승리한) 자민당 총재 선거와 이번 선거 모두 극우 세력의 기세가 매우 좋다. 최근 서구 언론들도 일본의 우경화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나는 이런 경향이 일본인들의 생각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우경화가 진행되는 이유에 대해선 “예전의 사민당과 같은 좌파 견제 세력이 몰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80년대 말 냉전이 끝난 뒤 사민당과 공산당 등 좌파 세력이 퇴조한 뒤, 일본 사회에서 “보수 진영이 좌파를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발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 자민당은 겉으로는 ‘자주 헌법’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역사적 경험을 중시하며 문제를 온건한 방식으로 해결해 왔지만, 이제는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민당 모두 우경화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예전 자민당은 일본은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평화 헌법의 정신에 따라 ‘무기수출 3원칙’(1967년)과 ‘비핵 3원칙’(1968년) 등을 발표했고, 주변국과의 역사 갈등을 피하기 위해 교과서 검정 때 주변국을 배려한다는 ‘근린제국조항’(1982년),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 등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자민당보다 다소 진보적이라는 민주당 정권에서조차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했고, 당내 일부 인사들은 일본 극우들의 오랜 염원인 평화헌법 개정이나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주장하기도 한다. 차기 일본 총리로 확실시 되고 있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8월 “집권하면 (일본이 지난 역사를 반성하며 내놨던) 고노 담화 등을 수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고노 전 장관은 “일본 정치가 이대로 오른쪽, 오른쪽으로만 간다면 리버럴한 세력은 절멸할지도 모른다. 절벽에서 떨어지면 유권자들도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우경화를 멈출 수 있는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유권자들을 향해 “신뢰를 잃어가는 정당보다 주장을 왜곡하지 않고 진실하게 목표를 향해 가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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