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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나는 '이화나비': 이자경/인터넷 경향신문 인턴기자

10월 30일 오후 6시 이화여대 생활관 소극장, '이화나비콘서트'가 열렸다. 이화여대 동아리 '이화나비'에 의해 추진된 공연이다. 공연 수익금은 전액 '나비기금'으로 기부되었다. '나비'는 일본군 강제위안부 피해자들과 모든 여성이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롭게 날갯짓하기를 염원하는 의미이다.

굳게 닫힌 일본대사관 문 앞

"일본 정부도 한국 정부도 우리가 죽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면 이 이야기는 사라질 테니까" 수요 집회 중 한 할머니의 말씀이다. 매주 수요일 12시, 할머니들은 일본 대사관 앞에 선다. 콘서트가 끝난 지금도 '이화나비' 회원들은 꾸준히 활동 중이다. 매주 수요일 11시 반, 후문에서 모여 대사관을 향한다. '이화나비' 동아리 회장 봉우리 씨를 인터뷰했다.

- 동아리명의 뜻이 무엇입니까?

'나비'는 돌아가신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의 영혼을 상징합니다. 저희 '이화나비'는 그들의 영혼을 기리며 매주 수요 집회에 참가합니다.

-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교내외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것인가요?

많은 사람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것입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교내 캠페인이지만, 사회 전반에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학내 동아리를 꾸리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동아리 규모가 클수록 좋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텐데.

사실 처음에는 동아리를 꾸리려는 의도가 없었습니다. 어떤 캠페인이나 재능 기부 활동 등을 하고는 싶었지만, 구체적으로 동아리를 만들려 하진 않았습니다. 수요 집회 참가를 중심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모여 활동을 해나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해나가기엔 어려움이 있더군요.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모이기엔 어려웠습니다. 뭔가 벌여보려 하다 보니 결국 동아리의 형태가 갖춰졌습니다. 물론 규모야 커지면 좋겠죠.

- 학내 반응은 어떠했는지요?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나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회원 수는 어떻게 됩니까?

수요 집회 인원부터 동아리를 모집하기까지 문의 전화는 늘 많았습니다. "수요 집회가 뭐예요?" 등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다들 관심들은 많이 보이셨으나, 막상 직접 나서기에는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처음 동아리를 모집하니 열다섯 명 정도 모였습니다. 콘서트 스텝까지 모집했을 때에는 총 활동 인원이 스물 두세 명 정도였고 현재는 열세 명이 남았습니다. 현재 추가 모집 중이고요. 동아리 회원과 함께 수요 집회 참여 인원도 모집 중입니다.

- 다른 사회 문제가 아닌 위안부 문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촉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계기가 있다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름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당시 이미 천 회가 넘었던 집회에 대해 후배의 말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수요 집회에 함께 가자는 후배의 제안에 수요 집회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천 회가 넘은 최장기 집회라는 사실을 검색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 '이화나비' 동아리가 주로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가장 가시적 성과로는 최근의 '이화나비콘서트'가 있습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주로 하는 일은 수요 집회에 매주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수요 집회에 가보곤 싶지만 혼자 갈 용기가 없으신 분들은 저희와 함께하시면 됩니다. 매주 수요일 11시30분에 후문에서 모입니다. 세미나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안타까워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접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한 취지입니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사실관계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반박 논리를 세우는 방법 등을 공부합니다. 세미나 내용을 모아 문집을 만들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하는 대학생 단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먼저 만든 문집을 참고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재능 나눔 활동을 시도해볼 예정입니다.

-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촉구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콘서트가 시험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 학교 외 사람들도 포함된 숫자이긴 하지만, 총 150 명 정도로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왔었습니다. 학보사에서도 취재를 와주셨습니다. 여대이다 보니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 동아리를 꾸리며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사실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안 지 얼마 되지가 않았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수요 집회가 무엇인지 몰라 처음 찾아본 게 지난 8월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동아리 회원을 모집하기 위한 홍보 용지를 만들었었어요. 300장을 뽑아 준비해놓고 붙이려던 날 아침, <20년간의 수요일>이라는 책을 펴봤습니다. 첫 장에 딱 쓰여 있길 '정신대'는 잘못된 표현이라 되어 있더군요. '정신대'라는 표현으로 300장을 준비해놨었는데 말이죠. 알고 보니 위안부 피해대상자들을 '정신대'로 지칭하면 성적 피해 대상이 아니었던 분들까지 포함하게 되어 문제가 있다고 해요. 정신대는 근로 정신대 등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안부'로 표현을 고쳐 300장을 뽑아 붙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신대'와 '위안부', 둘 모두가 틀린 표현이더라고요. 올바른 표기법은 '일본군 강제위안부' 입니다. 앞에 '일본군'이 붙고 작은따옴표가 있어야만 하죠. '일본군'이 붙어야 맞는 것은 피해자 중심의 표현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제 성행위를 통해 위안을 얻은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군들의 입장에서나 유효한 표현이니까요.

- 동아리 회원과 함께 수요 집회 현장을 방문하신 걸로 압니다. 꾸준히 방문하시는지요? 할머님들을 대하며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안타까웠던 순간이 있다면?

세 번째 갔던 날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되게 피곤하고 춥고 힘들었어요. 제가 피곤했던 탓인지 할머님들까지 안타깝게만 보이더군요. 요즘은 오히려 할머님들로부터 힘을 받아 와요. 할머님들께 슬픈 모습만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콘서트 때 한 할머니께서 당시 체험을 회고하시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그분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오늘 밤 잠은 다 잤다'라고요. 할머님들께 힘드신 모습만을 기대하기보다 저희가 할머님께 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마음이 좋아지니 할머님들도 다 웃고 계신 것 같고 그렇더라고요. 이제 집회에 갈 때면 할머님들도 저희를 웃으며 알아봐 주세요. 집회를 재미있게 해보려 노력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분이 위안부 문제를 '과거사'라고 하시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관점은 맞지 않다고 봐요. 현재도 많은 여성이 전쟁 상황에서 성폭행 피해를 받고 있어요. 잘못된 역사는 바로잡지 않는 이상 언제고 되풀이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할머님들이 이십 년간 그 추운 날들을 오직 자신들만을 위해서 서 계셨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 모두의 문제입니다. 자신들만을 위했다면 그러실 수 없었을 거로 생각해요. 처음 시작할 땐 236 분이 같이하셨었어요. 이제 그중 예순 분 남짓만이 살아 계십니다. 그중에서도 나오시는 분은 건강이 괜찮으신 분뿐이시죠. 빨리 사과 받아야 한다고 봐요. 일본 정부는 정말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거든요. 문서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언자들만 없으면 흔적 없이 사라질 일이에요. 더 많은 할머니가 살아계신 때에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자경/인터넷 경향신문 인턴기자
(@YeSS_twit/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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