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03 08:16
수정 : 2012.12.03 15:38
정대협 “개성 실무접촉 불허로 무산”
종교계엔 방북 허가해 형평성 논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과거사 단체들의 만남이 한국 정부의 반대로 가로막힌 사실이 드러났다.
2일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10월25일 북쪽의 ‘조선 일본군 성노예 및 강제연행 피해자 문제대책위원회’(조대위)가 개성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공동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해 이에 응하려 했지만, 통일부가 대면 실무접촉을 허가해주지 않아 무산됐다”고 밝혔다.
당시 정대협은 ‘11월13~15일 중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위해 만나자’는 의견을 조대위에 전달하고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 신고를 냈지만, 11월14일 통일부는 이를 최종 불허했다. 윤 대표는 “실무접촉에 대해 통일부는 ‘대선 전이라 정치적으로 민감하니 직접 만나지 말고 서면 등으로 논의하라’고 구두로 통보해왔다. 군 위안부 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의 우경화 문제 등 현 상황을 강조하며 여러 차례 대면 실무접촉 허용을 부탁했지만 통일부는 ‘불가’ 입장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지금보다 남북관계가 엄혹했던 때도 위안부 문제만큼은 남북간 대화를 이어왔는데, 이명박 정부만 유독 위안부 문제조차 정치적으로 고려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권 말에 이르러 다른 사회·문화단체들의 남북 교류를 허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과거사 단체들은 지적한다. 지난 11월13일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는 추모행사 등을 위해 평양·해주를 방문했고, 천태종과 평화단체 ‘평화 3000’ 관계자 등도 최근 잇따라 평양·개성을 방문했다. 이 때문에 한-일 관계와 관련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만 정부가 남북 교류를 껄끄럽게 여기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천안함 사태로 남북 교류·협력을 중단한) 5·24 조처의 유연화에 따라 종교계를 비롯한 사회·문화교류가 진행되고 있지만, 위안부 토론회의 경우 방북 신청 인원이 많고 대선을 앞둔 미묘한 상황이어서 대선 이후 제3국에서 만나거나 서면을 통한 실무접촉을 하도록 권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