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10∼12월)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출시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겠습니다.”(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OLED TV는 완성단계에 있습니다. 4분기에 경쟁사보다 빨리 출시할 계획입니다.”(권희원 LG전자 사장)
55인치 OLED TV를 먼저 시장에 내놓겠다고 선언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부적으로는 ‘불량률과의 씨름’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아직까지는 대량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을 안정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0대 중 99대는 불량”
3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따르면 두 회사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시험 생산 중인 OLED TV의 불량률은 98∼99%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대의 OLED TV를 만들면 시장에 완성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 1대 아니면 2대 수준에 그친다는 뜻이다.
두 회사가 내놓을 OLED TV 한 대의 가격은 1000만 원(출고가 기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 한 개를 만들려고 수억 원어치의 불량 OLED 패널을 내다 버리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내부에서는 “목표 수율(收率·정상 제품 생산 비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임원들은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OLED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네 단계다. 유리기판에 각종 배선을 그려 넣는 박막트랜지스터(TFT) 공정, 유기물질을 원하는 패널 위치에 고정시키는 증착 공정, 유기물질을 외부의 수분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봉지(Encapsulation) 공정, 패널을 원하는 크기로 자르는 모듈 공정이다. 불량률이 높은 원인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착 과정에서 유기물질을 고르게 분포시키기 어렵다는 점 등이 꼽힌다.
두 회사가 공언한 대로 세계 시장에 OLED TV를 동시에 내놓으려면 현재 생산라인에서 최소한 월 1000∼2000대의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산업리서치는 “두 회사의 OLED 패널 생산량은 월 4만 대 규모이지만 현재의 수율이라면 연말까지 월 2000대 생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선점효과, 손해 보더라도 출시”
통상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대량 생산하려면 불량률을 10∼20%까지 낮춰야 채산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현재 98% 이상인 불량률을 50% 이하로 낮추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출시 시점을 늦추지 않는다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큰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두 회사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전쟁을 치르는 것은 첨단 TV를 먼저 내놓는 사업자가 시장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OLED TV 시장은 2017년에는 세계적으로 120조 원가량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불량률이 95%까지만 떨어져도 무조건 제품을 출시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우고 치열한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진욱 동아일보 기자 coolj@donga.com
정지영 동아일보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