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이 지난 9월 미국내 민사소송에서 9억1900만 달러(약 1조165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데 이어, 또다시 미 연방검찰에 의해 아라미드계 첨단 섬유인 케블라(미 듀폰사 제품명) 생산공정 등과 관련한 영업 비밀을 훔친 혐의로 18일(현지시간) 기소됐다.
지난 8월 미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연방법원이 듀폰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코오롱에 대해 미국 내 판매·생산 금지 및 20년 동안 전 세계 생산·판매 금지명령을 내린 데 이어, 미국 정부가 추가로 형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미 연방검찰, 6건의 혐의 적용
미 연방검찰은 코오롱이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미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본사를 둔 듀폰사의 영업비밀을 전용하고(1건) 절도하고(4건) 사법 조사를 방해(1건)했다고 주장했다. 미 검찰은 또 코오롱의 최종현 부사장 등 간부 5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형사재판 심리는 12월 11일 열린다.
이날 닐 맥브라이드(MacBride) 연방 검사는 기자 회견을 통해 “오늘 발표는 산업 스파이짓은 기업 전략이 아니며, 미 법무부로서는 이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기소 내용에 따르면, 코오롱은 듀폰뿐 아니라 이와 유사하게 일본 오사카의 테이진(Teijin) 회사의 기밀도 훔쳤다. 미 연방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코오롱은 듀폰과 듀폰-도레이, 테이진 타우론 USA 등에서 근무했거나 근무하는 직원들을 채용하거나 빼내려는 시도를 통해, 첨단 섬유인 케블라와 고강도 고내열 섬유인 타우론(Twaron) 섬유와 비밀을 획득했다”며 “이들에게 ‘컨설턴트’라는 직책을 주고, 결국 이들에게 영업 비밀 등을 밝히길 요구했다”고 밝혔다.

◇코오롱 “불법 없었다…진실 위해 싸우겠다”
이에 대해 코오롱의 미국 측 사건을 담당하는 제프 랜달 변호사는 “이러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진실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듀폰은 불행히도 영업비밀 소송에 의지해 아라미드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막으려 한다”며 “듀폰의 아라미드 특허들은 이미 수십 년 전 공개돼, 누구든지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코오롱도 헤라크론(코오롱의 제품명) 같은 새 제품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랜달 변호사는 또 “미 정부가 2007년 6월부터 이 사건을 조사한 후 코오롱을 기소하지 않고 있다가, 듀폰과 코오롱의 민사소송 재판 결과(지난 8월 1심 판결)가 나온 뒤 기소를 결정했다”며 “이 시점에서 미 검찰이 코오롱을 기소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에 강한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코오롱은 미 검찰의 기소와 관련해 “이는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면서 30년 넘게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힘써온 코오롱의 명예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것이며 미국과 모든 나라의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것임을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듀폰은 1973년 슈퍼섬유 아라미드의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코오롱이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아라미드 섬유를 선보이자 2009년 관련기술 등을 빼돌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듀폰은 2007년 코오롱이 듀폰에서 24년간 근무한 마케팅 담당 직원을 컨설턴트로 고용하자, 이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알렸고 결국 2009년 2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