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씨 "오키나와 강제동원 피해 공동조사하자"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오키나와(沖繩)에도 조선인이 강제동원됐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동원됐고 사망자는 몇 명인지 명확한 자료가 없어요. 이런 식이면 우익의 공격을 받습니다. 한일 공동 조사가 필요한 이유죠."
일본 류큐(琉球)대와 릿쿄(立敎)대에서 국제협력을 강의하는 요시모토 유키오(善元幸夫ㆍ61)씨는 일제 강점기 오키나와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문제를 파헤치고자 2010년 초등학교 교사직까지 그만둔 이력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서울과 경기도 구리에 사는 오키나와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와 유족을 만나 진술을 받고,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문제 전담 기관에 오키나와 동원 피해 실태에 대한 공동 조사를 제안하기 위해서다.
요시모토씨는 2009년부터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에 본격적으로 몰두했다.
그가 당시 오키나와에서 본 '평화의 초석'에는 태평양전쟁 기간 오키나와에 강제동원됐다 숨진 조선인 희생자가 446명으로 새겨졌는데, 인근에 세워진 위령탑에 기록된 희생자 수는 1만명으로 상당한 차이가 난 것이 계기였다.
자신이 접한 다른 기록에서도 오키나와 강제동원 피해자가 3만명, 1천500명 등으로 들쭉날쭉하자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요시모토씨는 19일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으나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피해만 기억한다"며 "피해 실태에 관한 정확한 근거가 없으면 일본 우익이 '조선인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주장할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장 박인환)는 오키나와 현지 단체들이 공문을 보내면 이를 받아들여 공동 조사를 하는 형식으로 오키나와 강제동원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 단체가 현지에서 조사를 맡고, 위원회는 그간 접수한 강제동원 피해 신고 사례와 동원자 명부를 중심으로 동원지와 동원 형태 등 피해 실태를 파악해 일본 단체 측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요시모토씨는 "실제 오키나와에서 조선인 1만명이 숨졌는지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뿐 아니라 당시 일본인은 물론 조선인도 이곳에서 전쟁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일본인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오키나와에 관심을 두기 이전에도 1995년 한일 양국 교사들로 이뤄진 '일한합동수업연구회'를 설립, 일본의 전쟁범죄와 타국민의 피해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할 방안을 연구하는 등 한일 과거사 교육에 힘을 쏟았다.
이 단체가 2009년 시작한 '손자에게 전해주세요'라는 프로그램은 오키나와에서 전쟁을 경험한 이들이 젊은이들에게 전쟁의 실상을 알리고, 이들이 더 어린 학생들에게 이를 전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3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는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 보수적인 분위기, 더불어 전쟁범죄 문제에 젊은 층의 관심이 적다는 데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내비치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는 교사를 해고하는 등 일본 교육 현장에서 우익적 요소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연구회에 참여하는 교사들의 연령대도 높은 편이죠. 장래가 어둡긴 하나 아이들에게 전쟁의 실상을 계속 교육하는 것만이 희망입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2/19 04:3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