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는 대구가 173건으로 가장 많았고 광주 120건, 인천 108건, 전북 91건, 전남 83건, 경남 78건 순이었다. 한 청소년 성문제 전문가는 "일반적인 학교 폭력뿐만 아니라 학교 내 성폭력 사건도 대구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의 권위적인 문화에 대한 일부 청소년들의 반항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 동영상 찍어 협박성폭행 후 금품을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등 성인들의 성범죄를 모방하는 흉악한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경남의 한 고교 남학생이 채팅 사이트에서 알게 된 중학교 여학생을 불러 성관계를 맺고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남학생은 "동영상을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협박해 30만원을 빼앗고, 자신의 친구들과도 강제로 성관계를 갖게 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남학생이 "네가 샤프로 찔러 다쳤으니 치료비를 내놓아라"며 수백만원을 요구했고 "돈을 내놓을 수 없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며 수업이 끝난 오후 5시쯤 남학생 탈의실로 여학생을 끌고 가 성폭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범죄가 흉악해지고 있지만 처벌이나 징계는 아직 미미하다. 피해자와 격리를 이유로 급히 전학을 시키거나, "아직 어리다", "학생이다"라는 이유로 교내 봉사 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성추행이든 성폭행이든 징계 수준이 큰 차이도 없다. 지난해 8월 같은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치마 밑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남학생은 학교 내 봉사 3일의 징계를 받았고, 같은 해 9월 술을 마시고 여중생을 성폭행한 부산의 한 고등학교 남학생도 학교 내 봉사 5일을 받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연구위원은 "성인은 돈이나 말로 유인하지만, 청소년은 그런 수단을 갖지 못해 상대적으로 무력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들의 성폭력은 학교 폭력과 연관돼 집단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