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사 '이야기해주세요' 기획 안해룡 감독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하얀 벽을 노란 조명이 비추고 있다. 그 빛 아래 걸린 액자 속에는 백발의 할머니가 서 있다. 전장에 성노예로 끌려가 당한 고초를 맘으로 삭혀야 했던 위안부 피해자다.
10일 용산아트홀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기록 사진전이 개막됐다.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재능기부로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문화행사 '이야기해주세요'의 일환이다.
이날 전시관 입구 데스크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는 안해룡(51) 감독을 만났다.
안 감독은 사진전을 비롯해 행사 전반을 기획한 '전쟁평화여성 문화행동 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의 운영위원 중 한 사람이다.
- 전쟁평화여성 문화행동 시민위원회 안해룡 감독
-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용산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위안부 피해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이야기해주세요'행사를 주최하는 전쟁평화여성 문화행동 시민위원회 집행위원인 안해룡 감독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관련 프리랜서 사진작가 및 국내 주요 언론사 사진기자와 일본의 사진가도 참여하는 사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위안부 관련 사진전(10일~14일) 및 댜큐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상영회(11일), 콘서트(12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2.9.10 xanadu@yna.co.kr
"2차 세계대전에 있었던 역사를 밝혀내는 것은 학자들의 몫이지만,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소명은 지금 여기의 위안부 피해자 역사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자료를 한 데 모으고 정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지요."
5일간 열리는 행사의 포문을 연 사진전에는 1991년 첫 위안부 피해 증언을 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 장면을 비롯해 지난해 유해로 고국 땅을 밟은 고 노수복 할머니의 추모식 현장 등 실제로 위안부 피해 역사의 현재 모습이 착실히 포착됐다.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사진기자, 일반 시민들이 소장 작품을 성실히 모아준 덕이다.
사진을 구하려고 2개월여 발품을 판 안 감독은 어떠한 이해관계에도 얽히지 않은 사람들이 단지 역사적 진실에 공감해 모은 힘은 대단했다고 전했다. '시민위원회'라는 이름을 달긴 했지만 일정한 조직은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사진 찍는 사람들뿐 아니라 음악을 하는 친구들, 기업의 홍보 전문가, 그래픽 디자이너, 공무원 등이 힘을 보탰습니다. 용산구청은 행사에 사용할 공간을 무료로 대관해주었고, 미술작업을 하는 친구는 전시회 공간을 꾸미는 데 손을 빌려줬습니다. 그런 도움들이 십시일반 모이니 단지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이번 행사가 이렇게 실현되더라구요."
사진과 영화 작업을 같이하는 안 감독이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5년 취재차 중국에 거주하는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고서부터다.
- 위안부 피해 진실을 알리기 위한 '이야기해주세요'
-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용산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위안부 피해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이야기해주세요'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관련 프리랜서 사진작가 및 국내 주요 언론사 사진기자와 일본의 사진가도 참여한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위안부 관련 사진전(10일~14일) 및 댜큐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상영회(11일), 콘서트(12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2.9.10 xanadu@yna.co.kr
그는 "영화를 완성한 당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몫은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일본과 이에 다시 상처받는 할머니들을 보며 '남은 할 일'이 있음을 깨달았다.
안 감독은 이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흩어진 위안부 관련 사진을 더 모아 사진집을 발간하려고 한다. 전화번호부를 뒤적여 더 많은 사진작가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가진 위안부 피해자 관련 사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이것들을 모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이번 행사처럼 작가들이 뜻을 모아 완성한 사료집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또 하나의 귀중한 사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9/10 16:4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