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기사입력 2012-09-09 15:09 | 기사수정 2012-09-09 15:09
<칼럼>日 한류금지는 한국콤플렉스의 반증
 
한류연구소장 한구현= 지난 1990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저녁 무렵 지하철 안에서 한 젊은 청년에게 길을 물어봤는데 친절하기로 유명한 일본인답게 자세히 길안내를 해주었다.

그런데 같은 말을 어쭙잖은 영어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길안내를 해주었는데 당시에는 과잉친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다. 당시 약간 술냄새를 풍기던 이 젊은 일본인 친구는 자신이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은근히 주위에 있던 일본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1990년대의 일본은 지금과는 분명 달랐다. 당시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제2의 경제대국으로서 미국 따라잡기도 가능할 것 같은 기세등등한 시기였다. 스시(초밥), 망가(만화), 일본가요 등 일본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시기였고, 자동차, 전자, 조선, 중공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세계 1위의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경외심, 두려움, 열등감 등은 당연지사였다. 아사아 1등 국가, 자본주의 모범국가로 자리를 잡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이 서양문화에 대해 일종의 '화이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면서 동양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일본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일본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힘이 좀 빠진 것도 사실이다. 20년도 더 지난 현재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거의 180도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전자, 조선, 반도체 등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한류'로 불리는 한국 대중문화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미주 등 전 세계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러한 한류는 일본 우익을 중심으로 이를 경계하거나 두려워할 만큼 일본에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근래 한류를 폄하하는 일본 우익의 모습은 90년대 그렇게 공포스러웠던 일본의 왜색문화를 걱정하던 우리의 모습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대중문화란 강물과 같다. 즉 인위적으로 강물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일본문화를 금지시키기에 급급했지만 당시 많은 국민들은 '일본=일류'란 의식에 사로잡혀 일본문화에 심취했었던 적이 있었다.

일제치하에서 그리고 지난 90년대까지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 일본과 일본인, 일본문화에 대한 강한 반감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역설적으로 국가 브랜드 7위의 일본이 국가 브랜드 27위의 대한민국을 두려워하며 한류 금지, 반한감정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에 열등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화이트콤플렉스'에 '코리아콤플렉스'가 더해져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심각한 공포심에 사로잡혀 반한, 반한류 더 나아가 외국인들은 모두 일본을 떠나라고 외치고 있다.

한류가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서 가지는 차별성 중 하나가 바로 보편타당성이다. 한류에는 한국색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류는 일본·중국·태국·미국·유럽 등 다른 나라의 문화와 공유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어느 특정 국가나 단체가 태극기를 불사르고 한국 드라마를 금지시키고 한류 가수를 퇴출시킨다고 해서 한류 열풍이 멈춰지는 것이 아니다. 반미적인 정서와 반미적인 국가에서도 미국 대중문화가 사랑을 받듯 한류도 이미 그런 위치에 와 있는 것이다. 일본의 한류 금지, 그것은 '한국콤플렉스'의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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