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를 보고 느낌이 왔다."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정훈 감독이 일본팀의 압축배트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감독은 4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네덜란드와의 대회 A조 예선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일본 선수들이 압축배트를 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4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한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다. 명목상 출전만 했던 예전과는 달리 최정예 멤버로 한국땅을 밟았다. 선수들도 최근까지 일본 고교야구 최고의 대회인 갑자원을 치른터라 실전 감각도 풍부하다. B조에 속한 일본은 4승1패로 여유있게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과는 6일 오후 6시 처음으로 만난다. 우승팀의 향방을 가릴 중요한 한 판을 앞두고 이 감독은 상대의 부정 행위를 지적했다.

이 감독은 "코치진들이 경기를 보고 온 뒤 일본 팀에서 압축 배트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도 어제 경기를 보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압축배트는 원목을 압축해서 만든 것으로 튼튼해서 잘 부러지지 않는다. 반발력 또한 강하다. 이러한 이유로 프로야구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 감독이 압축배트라고 주장하는 결정적인 근거는 소리다. 타격시 일반 나무배트와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보통 배트로 치면 '딱' 소리가 나지만 일본 타자들은 '탕' 소리가 난다. 압축배트를 쓸 때 나는 소리다. 첫 경기에서는 아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계속 압축배트를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일본은 캐나다와의 첫 경기에서 패한 뒤 나머지 4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이 감독은 "타구가 뻗어 나가는 궤적도 다르다. 어제 우리가 압축배트를 사용했다면 2개 정도는 홈런으로 연결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에 따르면 압축배트에 대한 이야기는 대회 전 대표자 회의에서 이미 흘러나왔다. 물론 당시에는 일본을 지칭한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 감독이 국제야구연맹(IBAF) 관계자에게 '압축배트를 사용할 경우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는데 '현재로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한 이 감독은 "일본전에 망치와 정을 준비해서 의심이 가면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해 볼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이 감독의 주장이 심리전의 일환일 수도 있다. 스스로도 "흐름을 가져오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만일 세계대회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압축배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로 번질 여지도 있다.

한편 이 감독의 주장에 대해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정확히 들은 바가 없다. 규정상 경기에서는 압축배트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