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관계자 - "해외 수익 60%는 일본… 정치적 논란은 피했으면"
일부 전문가 - "한류 스타가 나서 입장 표명… 일본인 생각 바로잡아줬으면"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양국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해왔던 한류 스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야마구치 쓰요시 일본 외무성 차관이 지난 24일 방송에 출연해 광복절에 독도 릴레이 수영행사에 참여한 송일국<사진 오른쪽>씨를 거론하면서 "미안하지만 앞으로 일본에 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 톱스타로 통하는 가수 겸 연기자 A씨의 소속사 대표는 "과거에도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충돌은 종종 있었지만 지금처럼 일본 정부가 특정 연예인의 실명까지 언급하며 문제 삼는 상황은 처음이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당장 10월 일본 팬 수백명을 국내로 초청해 벌이는 행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일본 내에서는 이미 일부 언론이 앞장서 한류 스타들에 대한 비난을 퍼뜨리고 있다. 일본 주간지 뉴스포스트 세븐은 '욘사마' 배용준이 2005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밝혔던 것과, 걸그룹 소녀시대가 과거 콘서트 리허설에서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부른 것을 두고 "이래 놓고 일본에서 왕창 벌려고 하니 뻔뻔하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는 한류 스타들이 독도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적극적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 최근 걸그룹 카라<사진 왼쪽>가 신곡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만약 일본에서 독도 관련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당황해 하며 대답을 회피한 것을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카라 독도 침묵'이라는 표현이 확산되며 논란이 일었다. 한 연예기획사 간부는 "일본의 분위기도 걱정이지만 국내에서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지 못하면 매국노로 휩쓸릴 수 있는 상황도 염려된다"고 했다.

일부 가요계 관계자들은 "한류가 일본을 디딤돌 삼아 세계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산업적 측면에서 최대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한류가 유럽과 미주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해도 아직 해외 수익의 60% 정도는 일본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SM, YG, JYP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연예기획사의 급성장에는 한국 시장(4500억)의 15배에 달하는 일본 음악 시장(6조8000억)의 고정팬 확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 기획사 대표는 "한국의 아이돌 시장이 흑자로 전환하는 데 일본의 젊은 한류 팬이 늘어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한류의 전 세계적 확산을 위해서는 아직도 일본을 적극 이용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지금 다소 피해가 있더라도 독도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오히려 한류 스타들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 일본인을 설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다. 윤재홍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일본 정부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류 위축에 대한 우려는 지엽적"이라며 "게다가 한류 스타들은 정서적으로 일본 대중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독도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소신있게 밝혀 일본인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데 나서줬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