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7일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외환 위기 시 서로 유동성을 보장해주는 통화 스와프(교환) 중단 등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들을 쏟아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은 이날 외무성으로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독도문제를 ICJ에 제소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일본 아즈미 준(安住淳) 재무상도 이날 한일 재무장관회담 취소를 공식 발표했고, 이어 통화 스와프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도 방문 및 일왕 사죄 요구 발언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는 서한을 보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보도했다. 노다 총리는 이날 "(독도 문제 등은) 국가 주권에 관한 문제"라면서 "불퇴전의 결의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10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만 해도 "임기 말 한국 대통령의 정치 쇼"라고 폄하했고, 일본 언론들도 독도 방문 이틀째부터 관련 보도를 대폭 줄였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14일 '일왕 사과'를 직접 거론한 후부터 분위기가 강경해졌다. 일본 정치인들은 "한국이 예의가 없다"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일본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는 말도 나왔다.

아즈미 재무상은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 등은) 너무나 예의를 잃은 것이며 일본 국민의 감정을 자극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초(超)강경 정책을 쏟아내게 된 데는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구상서(口上書·외교 문서)를 곧 한국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각료 회합을 개최, 독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독도 관련 전담 조직 신설, 셔틀 외교 중단 등의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독도는 영토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의 ICJ 회부 제안 등은 일고의 가치도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1954년과 1962년에도 ICJ 제소를 제안했지만 우리가 모두 거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땅을 제삼자의 판단에 맡길 이유가 과거에도, 지금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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