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31 21:38:38ㅣ수정 : 2012-07-31 22:47:13
- KTX 잦은 사고, 테제베 도입이 원인?
-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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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00㎞로 달리는 KTX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당초 예상에 비해 주요 부품의 노후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국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코레일 측은 프랑스에서 운영되고 있는 고속철도 테제베(TGV)를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 도입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코레일 측이 KTX의 관리 부실 책임을 고속철도의 운용 환경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27일 부산 금정터널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의 원인은 보조블록의 고장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KTX 차량을 공급한 프랑스의 제조업체가 제시한 보조블록의 사용연한은 15년이지만 8년밖에 안된 상황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조블록은 주 변압기에서 공급된 전원을 변환해 견인전동기, 동력차 송풍모터, 냉난방장치, 조명장치 등에 전원을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다.
지난 11일 탈선사고를 빚은 부산발 광명행 KTX 산천 열차가 12일 경기 고양시 행신동 KTX 정비창으로 견인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레일 정창영 사장은 “보조블록 이외에도 상당수 핵심 부품에서 유사한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현재 증발용 변압기 등 26개 핵심 부품도 고장의 우려가 높은 것으로 보고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레일은 습도가 낮고 평지인 자연환경 속에서 운행되고 있는 프랑스의 고속철도가 습도가 높고 언덕길이 많은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와서 운행되면서 상당수 부품의 노후화가 촉진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또 KTX 차량의 상당수가 고속철도가 아닌 일반철도를 달리게 된 것도 부품의 수명 단축을 부른 한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코레일은 KTX의 노후와에 따른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운전취급 및 중정비 매뉴얼’을 연말까지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노후화가 빨리 진행되는 부품의 경우 사용연한을 줄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KTX와 같은 기종을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테제베의 매뉴얼을 재검토할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또 노후 부품 교체 및 일제 정비를 위해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보조블록의 교체에만 100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코레일의 이런 대책에 철도노조 백성곤 팀장은 “이번 사고는 중정비 시기가 도래한 KTX 차량에 보다 근본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노조 등의 지적을 사측이 외면하면서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지난 27일 KTX가 서울역을 출발한 지 10분쯤 지나 앞 동력차의 보조블록 한 대가 고장이 났지만 KTX 운전매뉴얼에 따라 열차를 그대로 운행시켰다. 그러나 부산 금정터널을 지나던 KTX 열차의 보조블록 중 나머지 한 대까지 고장이 나면서 멈춰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