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31일 경기도 부천에 사는 73세 이모씨는 오락실 앞에서 놀고 있던 임모(13)양에게 접근했다. 한겨울인데 양말을 신지 않은 임양은 정신지체아였다. 이씨는 "자장면 사줄 테니 같이 가자"는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이씨는 손녀 같은 임양을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이씨는 인천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다. 이씨는 법정에서 "건강이 좋지 않다"고 했고, 실제 지병도 있었다. 하지만 아동을 성폭행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안양에서 15세 친구들인 이모·김모군 등 4명이 두 살 아래 C(13)양을 "술 사주겠다"고 꾀어 공원으로 불러낸 뒤, 술 취한 C양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며칠 뒤 또 똑같은 일을 했다.
성범죄자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성범죄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고, 또 저지르고 있다. 가해자의 연령은 갈수록 다양화하고 10대 소년과 60세 넘는 노인 성범죄자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50대 이상 성범죄자 폭발적 증가법무연수원이 발간한 범죄백서에 따르면 2006년에 성범죄를 저지른 형사미성년자(18세 이하)는 979명이었던 것이 2010년에 2017명으로 100% 넘게 늘었다. 같은 시기 61세 이상은 423명에서 821명으로 94.1%가 늘었다. 가장 증가세가 가팔랐던 것은 50대였다. 867명에서 1885명으로 늘어나 무려 117.4%의 증가율을 보였다.
-
사진=TOPIC, 그래픽=송윤혜 기자, 오어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기간 40대는 2273명에서 3671명으로 61.5% 늘었고, 30대는 2907명에서 3996명으로 37.5%가 늘어났다. 우리가 통상 성범죄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 연령대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범죄자들의 주축이 30~40대에서 청소년과 50대 이상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통계상으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범람 등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성범죄 유발 요인이 급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50대 이상의 성범죄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의 전반적인 고령화가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작년에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현재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66.2%였고, 전체 응답자의 35.4%가 성매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동상대 성범죄, '옆집 아저씨'만 무서운 게 아니다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를 연령별로 분류한 대검찰청의 통계분석 결과도 청소년·노인 성범죄자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범죄자 가운데 40대가 25%를 차지해 가장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10대가 22%로 40대 못지않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비하면 30대 범죄자는 16%, 50대 범죄자는 14%였다. 60대 이상이 12%나 됐다.
'옆집 아저씨'가 저지르는 성범죄만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 '옆집 오빠' '옆집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성범죄 전과자의 재범률은 다른 범죄보다 훨씬 높다. 작년에 성범죄로 검거된 2만189명 중 9115명이 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으로 나타나 재범률이 45.1%에 달한다. 그런데 성범죄자의 연령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10대와 50대·60대 이상 성범죄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재범률이 더 높아질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성범죄를 막기 위해선 처벌도 중요하지만 교육 등 사전예방조치가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동대상 성범죄자들은 대낮에 집에 혼자 있거나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동을 노린다.
2010년 발생한 아동대상 성범죄 1175건 중 발생시간이 확인된 886건의 51.2%인 454건이 낮 12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발생했다. 성범죄자들은 대낮에 부모가 일하러 나간 아이들을 노리고, 아이들 하교시간을 노렸다.
전문가들은 "아동 성범죄자들은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시간대에 귀갓길이나 놀이터에서 기다렸다가 아이 혼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접근한다"며 "낮이 밤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모르는 아저씨를 따라가면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국가와 사회가 이런 문제를 푸는 것이 바로 '복지'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