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일본인 친구' 우이 히로미
[한국인 남편과 한일 역사인식 차이 좁히려다 위안부 문제 관심]
지난 7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999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촉구시위 현장.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관계자들과 유창한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 일본인 여성이 눈에 띄었다. 바로 우이 히로미씨(29)다. 인터뷰를 약속한 11일은 휴일이었는데 이날도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기로 돼 있었다.
히로미씨는 지난 2009년 4월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위안부 문제해결 촉구 수요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어떤 일을 계기로 할머니들의 수요시위가 그의 일상이 됐을까. 히로미씨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어학연수 중 지금의 남편인 한국인 남자친구를 만나게 됐는데 이상하게 한일 양국간 역사이야기를 할 때 대화가 안통했어요. 남편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도 제가 배운 거랑 너무 다른 거에요. 당초 두 사람이 배운 역사가 달랐으니 당연한 일이었죠."
결국 그의 남편은 두 사람의 생각 차이를 좁히기 위해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히로미씨가 남편과 함께 본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가 일본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모습을 담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였다.
영화는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히로미씨는 이 작품을 접한 이후 할머니들을 직접 찾게 됐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시위를 한다는 얘길 듣고 혼자 가봤어요.사실 일본인이기 때문에 문전박대를 당할 까 두려웠는데 이미 많은 일본인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런 일본인들과 친해지면서 할머니들과도 가까워졌습니다."
처음엔 자신이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갔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가 할머니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설명하기 힘든 고통과 상처를 안고 당당히 일본정부와 맞서는 할머니들의 강인한 모습에서 자신이 오히려 에너지를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 히로미씨는 할머니들의 둘도 없는 말동무다. 본인도 할머니들의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친구로 불리길 원했다.
그에게 일본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 묻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본의 역사교육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일본이 전쟁 피해자라고 교육하고 있고 가해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
히로미씨는 "주변 일본인들에게 한국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전달하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모두 잘못된 역사교육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소한 독일 수준의 반성과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은 상처와 아픔을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느냐이다. 그는 아직 한국사람 사이에도 이런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일상 생활에서 위안부 문제 얘기를 꺼내면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어색하게 생각한다는 것.
"더 많은 일본인들이 전쟁피해자들의 역사와 아픔을 알 수 있도록 이들과 교류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일본정부를 향해 외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변화시킬 수 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는 14일 위안부 문제해결 촉구 수요시위 1000회를 앞두고 히로미씨는 한일 양국 사람들을 향해 한 가지를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위안부 문제해결 촉구 시위가 왜 1000회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에 대한 고민을 통해 양국이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고 나아가 여성인권이나 전쟁문제 등 더 거시적인 이슈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긴급 추천 스마트정보!]
[내손안의 스마트한 경제정보 머니투데이 모바일]
[관련 키워드] 정대협|위안부
이창명기자 charming@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수요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우이 히로미씨 |
지난 7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999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촉구시위 현장.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관계자들과 유창한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 일본인 여성이 눈에 띄었다. 바로 우이 히로미씨(29)다. 인터뷰를 약속한 11일은 휴일이었는데 이날도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기로 돼 있었다.
히로미씨는 지난 2009년 4월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위안부 문제해결 촉구 수요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어떤 일을 계기로 할머니들의 수요시위가 그의 일상이 됐을까. 히로미씨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어학연수 중 지금의 남편인 한국인 남자친구를 만나게 됐는데 이상하게 한일 양국간 역사이야기를 할 때 대화가 안통했어요. 남편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도 제가 배운 거랑 너무 다른 거에요. 당초 두 사람이 배운 역사가 달랐으니 당연한 일이었죠."
결국 그의 남편은 두 사람의 생각 차이를 좁히기 위해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히로미씨가 남편과 함께 본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가 일본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모습을 담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였다.
영화는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히로미씨는 이 작품을 접한 이후 할머니들을 직접 찾게 됐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시위를 한다는 얘길 듣고 혼자 가봤어요.사실 일본인이기 때문에 문전박대를 당할 까 두려웠는데 이미 많은 일본인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런 일본인들과 친해지면서 할머니들과도 가까워졌습니다."
처음엔 자신이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갔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가 할머니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설명하기 힘든 고통과 상처를 안고 당당히 일본정부와 맞서는 할머니들의 강인한 모습에서 자신이 오히려 에너지를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 히로미씨는 할머니들의 둘도 없는 말동무다. 본인도 할머니들의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친구로 불리길 원했다.
그에게 일본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 묻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본의 역사교육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일본이 전쟁 피해자라고 교육하고 있고 가해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
히로미씨는 "주변 일본인들에게 한국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전달하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모두 잘못된 역사교육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소한 독일 수준의 반성과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은 상처와 아픔을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느냐이다. 그는 아직 한국사람 사이에도 이런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일상 생활에서 위안부 문제 얘기를 꺼내면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어색하게 생각한다는 것.
"더 많은 일본인들이 전쟁피해자들의 역사와 아픔을 알 수 있도록 이들과 교류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일본정부를 향해 외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변화시킬 수 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는 14일 위안부 문제해결 촉구 수요시위 1000회를 앞두고 히로미씨는 한일 양국 사람들을 향해 한 가지를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위안부 문제해결 촉구 시위가 왜 1000회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에 대한 고민을 통해 양국이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고 나아가 여성인권이나 전쟁문제 등 더 거시적인 이슈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긴급 추천 스마트정보!]
[내손안의 스마트한 경제정보 머니투데이 모바일]
[관련 키워드] 정대협|위안부
이창명기자 charming@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