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폐증에 관여하는 새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 유전자의 결함이 어떻게 자폐증을 유발하는지를 밝혀 과학저널 네이처 14일자에 발표했다.

자폐증은 전 세계 인구의 1%, 한국 인구의 약 2~3%가 앓고 있는 질환으로 매년 환자가 늘고 있다. 자폐증 환자들은 타인과 감정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고 특정행동을 반복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현재까지 10여개의 유전자가 자폐증의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대 강봉균(뇌인지과학과), 연세대 이민구(의대), KAIST 김은준(생명과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이번에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 외에 '생크2(Shank2) 유전자' 결함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생크2 유전자는 해마(학습·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에서 주로 발견되며,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생크2 단백질'을 생성한다.

연구진은 생크2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 쥐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이들은 다른 생쥐들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반복적으로 자신의 코털을 다듬는 행동을 하는 등 전형적인 자폐증상을 보였다. 연구진이 유전자 결함 생쥐의 해마를 분석한 결과, 신경세포에서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부위에 문제가 생겨 신호전달이 크게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문제가 생긴 뇌 부위를 자극하는 약물을 투입하자 생쥐들은 정상적인 생쥐처럼 다른 생쥐들에 관심을 보이는 사회적 소통기능이 크게 좋아졌다. 서울대 강봉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정 유전자 결함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경로를 완전하게 밝혀낸 것으로 앞으로 자폐증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