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연재되던 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쓰’가 오늘자(17일) 895회를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도쿠가와 이에야쓰(1543~1616)는 일본 센고쿠·아즈치모모야마 시대의 무장(무관장수)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 휘하에 있었으나 도요토미 사망 이후 그 일족을 멸하고 전국(戰國)을 제패한 인물. 도쿠가와(에도) 막부를 세워 첫 쇼군(우두머리, 1603~1605년)이 됐다. 그의 막부는 1867년까지 300년 가까이 국내 평화를 구가하고 정치적 안정, 경제적 번영을 이룩하며 일본 봉건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일본어 만화의 한국어 번역을 맡았던 토론토교민 김성규(81)씨를 만나 연재에 얽힌 얘기를 들었다.
-작품의 배경은.
1500년대 일본은 천황의 존재가 미미하고 무사들이 영토를 확장하던 시대다. 만화는 당시의 인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죽을 때까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도쿠가와는 6살 때 인질로 큰 나라로 끌려가 자랐다. 어려운 역경을 경험으로 평화주의자가 됐다. 그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주인공으로 등장했으며 한국에서도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원본 만화는 8권으로 나온 것이다.
-당시 상황을 조선과 비교한다면.
일본은 국가관이 없고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주변 영주와 싸움이 끊이지 않은 전국시대였다. 조선은 임금이 주관하는 나라로 일본과는 대조적이었다.
-도쿠가와가 일본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국에 왕실은 있었으나 국민을 통치하는 힘이 없었다. 그래서 무사의 시대를 맞았고 그런 세력들이 난립해 전국시대로 이어졌다. 태평세월은 백성들 누구나 원하는 바였지만 불가능한 난제였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무력으로 통일하고 나서 바통을 이어받은 도쿠가와가 태평세월로 이끄는 위대한 힘을 발휘했다. 일본을 현대국가로 끌어온 대공신이다.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일본의 태평시대에는 신분 상하에 따른 질서의식이 철저했다. 그래서 죽음도 쉽게 생각한다. 신하들의 할복자살도 흔했다. 엄격한 규율과 복종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무사도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용서받지 못할 잘못에 대해서는 할복 처분을 받았다. 질서의식은 배울 점이다. 한국인에게도 일본인과 같은 질서의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독자들의 반응은.
혹시 신문배달이 지연되면 만화를 기다리던 독자들이 구독부로 항의전화를 걸어 난리를 치기도 했다. 어떤 독자는 한글판 만화를 일본어 원본과 대조해가며 읽고 있다고 말하더라.
-번역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중학교 2학년 때 해방이 됐으니, 그때까지 일본어로 공부했다. 일본어 해독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일본어에는 한자를 차용한 어휘가 한국어보다 풍부하다. 그래서 적당한 단어를 한국어에서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또 옛 풍습이나 인물의 지위를 정확하게 옮기기 어려운 경우도 간혹 있었다. 문학전공을 하지 않아서 문장을 부드럽게 구성하는 것도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