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배후는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이다. 거사에 실패한 것이 너무나 슬프고 아쉽다."

일본 도쿄에서 일왕(日王) 히로히토에게 폭탄을 투척하고 체포된 이봉창 의사는 일본 경찰이 "배후를 대라"고 신문하자 이렇게 말했다.

8일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80년 전 이봉창 의사의 의거를 재현한 연극 '나는 지금 희망을 던진다'를 지켜보는 초등학생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까지 참석자 300여명은 마른침을 삼켰다.

행사 시작 전 산만하게 떠들고 장난치던 초등학생 10여명도 숨죽이고 연극에 빠져들었다. 극중 이 의사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자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연극이 끝난 뒤 출연했던 배우들이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자 참석자들도 함께 태극기를 흔들었다.

1901년 8월 10일 서울 용산에서 태어난 이 의사는 여덟 살 때부터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다 당시 용산에 있던 4년제 문창학교를 15세에 졸업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과자점과 약국, 용산역 인부 등으로 일하다가 24세에 도일(渡日), 오사카 가스회사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일본인과 조선인의 차별을 더욱 뼈저리게 느낀 이 의사는 1930년 12월 중국 상하이로 떠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백범 김구 선생 등을 만나 일본 주요 인물 암살을 목적으로 조직된 한인애국단 제1호 단원이 됐다.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치기로 서약한 그는 1932년 1월 8일 일본 도쿄 요요기(代代木) 연병장에서 관병식을 끝내고 경시청 앞을 지나가는 일왕 히로히토를 향해 폭탄을 던졌다. 이 의사는 현장에서 체포돼 그 해 10월 10일 순국했다.

이날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은 그의 의거 8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문국진 이봉창의사기념사업회 회장은 기념식사에서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을 안고 있고, 분단국가라는 과제도 있으므로 선열들께서 물려주신 이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기념사에서 "선열들의 고결한 희생을 발판으로 우리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됐다"며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 의사의 영정에 헌화하고 분향했다.

영훈고등학교 1학년 이재학군은 결의문에서 "이 의사의 의거는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 애국심의 귀감이 되고 있다"며 "조국을 위해 사신 이 의사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