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 반환에 크게 기여한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가 12일 "이제부터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의 투구와 갑옷'의 환수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혜문 스님은 "이 투구와 갑옷은 조선시대 왕실에서 전래하던 것으로 일제강점기 오쿠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수집한 '오쿠라 컬렉션' 중 하나"라면서 "지난해 일본 고려박물관 이소령 여사를 통해 '오쿠라 컬렉션 목록(1964)'을 입수함으로써 조선왕실에서 전래하던 제왕의 투구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쿠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에 남선합동전기회사를 경영했던 오쿠라 다케노스케가 오랜 세월에 걸쳐 수집해 일본으로 빼돌린 고고 자료·미술 공예품 1110점을 총칭하는 말. 1982년 오쿠라의 아들이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한국은 오쿠라 컬렉션 반환을 요구했으나 일본은 개인 소장품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투구와 갑옷의 실물은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행한 '오쿠라 컬렉션 한국 문화재 목록'에는 투구에 대해 "투구 첨단에 옥봉(玉鳳)을 장식하거나 오조룡(五爪龍) 문양을 사용하는 등 형태나 재질, 장식적인 면에서 볼 때 왕실의 최고위층, 다시 말해 왕이나 왕세자가 착용한 물건임을 짐작케 한다"고 쓰여있다. 전체 높이는 74.1㎝, 둘레 20㎝. 용봉문과 여의주 문양이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투구와 한 세트인 갑옷은 전투용 갑옷이 아니라 의례용이다. 역시 왕실 최고위층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혜문 스님이 입수했다는 오쿠라 컬렉션 목록은 오쿠라 자신이 사망하기 직전 유물을 어디서 수집했는가를 정리한 책자다. 혜문 스님은 "투구와 갑옷 세트에 대해 '조선 왕실 전래품'이라고 적은 것으로 보아 왕실 전래품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고종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재광 전쟁기념관 교육팀장(조선시대 전쟁사 전공)은 "투구의 양옆에 새겨진 용과 봉황 무늬, 좌우에 달린 날개 등으로 볼 때 일반 장수가 아닌 왕실 사용품은 분명하지만, 제왕(고종) 것으로 단정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혜문 스님은 "이 외에도 오쿠라 컬렉션에는 조선 임금의 익선관(翼善冠)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며 "오쿠라 컬렉션의 수집 경위 등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과 면밀히 상의한 뒤 대응 방안을 모색할 생각"이라고 했다.

환수 가능성에 대한 문화재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는 편. "오쿠라 컬렉션은 개인 수집품이기 때문에 실제로 반환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혜문 스님은 "도쿄 박물관에 기증한 이상 개인 소유가 아닌 일본 정부 소유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