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에서 3~4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구조조정을 받아야 할 국가들은 과격할 정도로 구조조정을 해야만 우리가 지원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당사국이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우리가 지원하더라도 이 문제는 제2, 제3의 문제를 또 일으킬 수 있다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금융기관 11곳이 통폐합되고, 2만 3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쓰러지고, 200만 명의 실업자가 생길 만큼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과도할 정도의 구조조정 요구’를 받아들여 2년 만에 회생했던 경험을 소개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이 유로존 국가들과 사전 협의 없이 됐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며 “그리스는 세계 위기의 중심에 서 있는 국가인데 그런 문제를 독단적으로 했다는 건 옳지 않은 일”이란 말도 했다.
이후 기자들에게 “발언이 좀 셌다. 국민투표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돼 내가 (다른 정상들을 대신해) 총대를 멨다”고 말했다. 정상들 간 공감대가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그리스가 우리와 여정을 함께할 것인지 아닌지 결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리스와 함께하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하자면 존중해야 할 규칙이 있고, 이를 어기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고 경고했었다. 결국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 중 국민투표 철회 입장을 밝혔다.
G20 정상들은 정상회의 폐막일인 4일(현지시간) 세계 경제가 ‘새롭고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데 공감하고 세계 경제의 시스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안전망을 강화하고 새로운 지원제도를 마련하자는 내용의 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특히 “위기대응과 전염 방지를 위해선 IMF에 충분한 재원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현재 4000억 달러 규모인 가용 재원을 크게 늘리자는 거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2013년 1월까지 100% 쿼터(출자할당액)를 증액하기로 한 걸 앞당기고 차입금 규모를 늘리는 한편 IMF의 결제 수단인 특별인출권 배분, 특별계정을 통해 재원을 확충하자는 방안이 논의했으나 구체적 규모는 합의하지 못했다.
정상들은 IMF의 기존 대출제도 기능을 확대한 ‘예방적 유동성 지원제도(PLL·Precautionary and Liquidity Line)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현재의 예방적 신용지원제도(PCL·Precautionary Credit Line)에 6개월 단기유동성 지원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한국이 원했던 IMF와 지역안전망과의 협력 원칙도 만들었다. 특히 유럽 정부는 유로존 안정을 위한 조치를 이행키로 하고, 1조 유로 규모로 유럽재정안정기금을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G20 정상들은 이날 IMF를 통한 유로존 지원방식에 대해선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국가도 없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외신들은 전했다.
◆터키 총리 “원전에 한국 참여”=이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4일 정상회담을 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자리에서 “터키 원전 건설에 한국이 참여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실질적인 협상을 해 나가자”고 답변했다. 터키는 그간 원전 건설을 두고 한국·일본 등과 협상을 하다 일본을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했었다.
칸=고정애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