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05 02:57
재일동포 기업인 한창우 마루한 회장 "한국과 일본 사이, 뭔가 하나 남겨야죠"
日 30대 그룹 마루한 - 16세때 파친코장 알바로 출발, 점유율 70% 최대업체로 키워
야쿠자 막고, 세금 꼬박꼬박 "봉사 안하면 사업가 아니다" 고향 사천에도 100억원 출연
재일동포 기업가 한창우(80) 마루한 회장이 4일 부산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내가 번 돈은 한·일 양국의 우호발전에 모두 내놓겠다”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회장은 4일 부산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일본 사이에 뭔가 하나 남기고 가겠다. 요즘은 눈만 뜨면 그것을 연구하고 구상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번 돈은 다 내놓고 가겠다. 아들에게 회사를 넘기고 아내에게 생활할만한 재산을 남겨주는 것 외에 내 개인 재산은 한·일 양국의 우호발전을 위해 쓰일 것임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도 "사회봉사를 안 하는 사람은 사업가가 아니다" "돈은 깨끗하게 벌고 깨끗하게 써야 한다"라고 말해왔다.
한 회장은 1976년 미국 연수 도중 사고로 사망한 장남의 이름을 따 1990년 도쿄에 설립한 '한철문화재단'의 기금 규모를 1400억원으로 확대해 한·일 양국의 문화 교류와 사회봉사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해 경남 사천시에 50억원을 들여 설립한 교육문화재단에도 50억원을 추가 출연할 계획이다.
한 회장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2009년 일본 부호 순위에서 22위를 차지했으며 재산이 1320억엔(약 1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3·11 대지진 때도 100억원을 기부했고 캄보디아·미얀마 등에 병원을 설립하고 수도 시설을 설치하는 등 해외에서도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경남 사천 소작농의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한 회장은 16세 때인 1947년 맨주먹으로 일본으로 밀항했다. 고학으로 호세이(法政)대학을 졸업한 뒤 1957년 마루한을 설립했다. 파친코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일본 재계 순위 30위권의 마루한을 설립한 계기가 됐다. 마루한은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일본 최대의 파친코 업체로, 은행·보험·건축·식품·광고·청소용역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직원만 1만5000여명이다.
한 회장은 "밥을 못 먹어 영양실조도 걸렸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급한 일이 아니라면 옳은 일을 먼저 하면서 살았다"며 "그런 자립심으로 일본인보다 두 배 더 일하고 봉사도 했다"고 말했다.
마루한이 파친코 업체이지만 도쿄대 출신도 입사하고 싶어할 만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회사로 성장한 데는 이런 한 회장의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한 회장이 주창한 '마루한이즘'은 '고객에게 활력을 주는 동시에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파친코 사업의 수익금 1%를 지역사회에 공헌활동에 사용했다. 마루한은 사회공헌 활동과 직원에 대한 차별 없는 대우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한 회장은 '파친코는 탈세를 한다', '조직폭력배와 결탁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투명하게 회사를 경영해왔다. 그는 성실한 세금 납부와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아 일본 정부로부터 3등훈장(瑞寶章)을,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2002년 일본 국적을 취득한 한 회장은 "동포들이 거주국의 국적을 따서 국회의원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게 애국이다. 일본에 한국 이름을 가진 일본 국민이 많아져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