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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김태희가 일본에서 소비되고 배척받는 이유는

데일리안 | 입력 2011.10.19 08:55




[데일리안 김헌식 문화평론가]





◇ 배우 김태희를 겨냥한 일본 내 반한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 데일리안 민은경

반한류의 행태들이 우리의 일방적인 컨텐츠 수출 행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견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일본의 최근 사례들은 그렇게 분석될 수 없다. 김태희가 일본에서 반한류 시위의 대상이 된 것은 '독도' 때문이었다. 시위대가 과거 김태희가 독도 사랑 캠페인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비록 후지 TV 앞에서 김태희 반대 시위에 참여한 이들이 500여명에 불과했지만, 여러모로 국내외 언론의 도마에 오르내린 것은 이 때문이다. 독도문제가 김태희와 연결된다면 더 이상 이는 한류 스타에 대한 막연한 반감정이 아니게 된다. 독도 영토문제를 부각시키는 이들은 일반 대중이라기보다는 일본 극우들이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이루어진 후지 TV 앞의 반한류시위는 바로 극우단체들이 주도한 것이다. 극우단체들은 일찍부터 후지 텔레비전이 한국 드라마의 방송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김태희가 출연하는 < 나와 스타의 99일 > 은 한국 드라마가 아니라 일본 제작드라마다. 일본 드라마이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 방송시간과는 거리가 멀어 비판에서 거리를 둘 수 있지만, 드라마의 주연을 김태희가 맡은 점이 여전히 주목의 대상이었다. 이는 극우들만이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얼핏 기분 좋은 일일 수 있다. 한국의 톱스타 배우가 일본의 드라마 주인공이 되었으니 국내언론 기사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여배우들이 긴장을 할 수도 있다.

긴장하는 이유는 새로운 경쟁 상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경쟁 상대일까. 한국의 최고 배우가 일본에서 최고 배우의 개런티를 당장에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탑배우보다 저렴하면서 그 비용 대비 이상의 효과를 바라는 것이 한국 여배우이고, 바로 김태희가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만약 그 효과를 기대이상으로 발한다면, 그때서야 일본 여배우들이 긴장을 할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한국인 배우들을 기용하게 되면 캐스팅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개런티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한국의 방송 드라마 콘텐츠가 저렴하면서 시청률을 확보해주는 대체재 역할을 했던 것과 다름 없다. 하지만 욘사마 배용준처럼 독자적인 브랜드를 통해 자생력과 독자적 생산 영역을 갖는다면, 이런 저렴 대비 강효과의 수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저렴대비 효과기대라는 소비적 수모를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말 놀라운 것은 후지텔레비전의 태도이다. 후지 TV가 한국의 방송 콘텐츠와 가수, 배우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돈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후지텔레비전은 일본 민족주의보다 자본의 수익성을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수익은 투여자본에 비해서 산출되는 수익을 말한다. 거꾸로 그러한 산출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한국의 방송 컨텐츠나 가수, 배우에 대해 관심을 거둘 것이다.

결국 일본에서 한류 현상은 철저하게 자본의 수익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일본의 후지텔레비전과 같은 방송자본 시스템은 수익을 위해서라면 남한은 물론 북한의 배우라도 받아들일 태도를 잠재하고 있다.

그런데 김태희 사례에서 독특한 것은 독도이다. 김태희는 독도사랑 캠페인에 참여했기 때문에 극우가 활동할 수 있는 명분ㅡ에너지를 하나 준 셈이다. 일본 방송 자본에는 비용대비 수익을, 극우에게는 활동 토대를 제공해준 셈이 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김태희는 일본의 이곳저곳에서 소비되고 정작 자신에게 이득이 하나도 안 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김태희의 사례를 통해 독도 사랑에 대한 사회적 활동에 한국의 스타들이 기피나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특히 한국의 많은 연예계 인사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일본 컨텐츠 시장에 진출하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 극우의 김태희 반대 시위가 효과를 보인 셈이 된다. 어디 배용준이나 이병헌이 독도에 대해 언급이나 하던가. 한류를 우리가 좌지우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만약 한국을 정말 대중들이 선호하고 좋아한다면, 김장훈과 같은 캐릭터가 선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결국 대중들은 무색무취의 캐릭터를 좋아할 뿐이다. 또 그것이 자본의 수익성을 축적시키고, 한류스타들에게 명예와 부를 안긴다. 무엇보다 한국인이면 당연히 중요하게 생각할 독도문제도 한류스타의 타이틀과 바꾸어야 한다면, 이는 무서운 문화자본의 위력이다.

일본에서 한류 현상이 일어나는 것보다 한국에서 일류 현상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더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일본 스타들이 많을수록 한국의 컨텐츠 시장이 더 크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나까무라상이 다 가져가는 일이 없는 한에서 그렇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김서방이 챙겨갈 때 우리가 정말 문화콘텐츠 강국이겠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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