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치를 잡던 사람들이 돈 때문에 밍크고래를 잡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수가 적어 포획이 금지된 밍크고래는 점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사진은 동해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 / 고래연구소 제공

동해안에서 지난 1년 동안 100마리가 넘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해 시중에 유통해온 강모(55)씨 등 일당 1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조선닷컴 6월 18일

고래잡이는 1986년부터 불법이다. 국제포경위원회가 내린 상업 포경(捕鯨) 금지를 우리 정부가 수용했다. 다만 그물에 우연히 걸리거나(혼획) 바닷가에 좌초해 죽은 고래는 먹고 팔 수 있다.

그런데도 전국의 식당과 횟집은 늘 고래고기를 판다. 바로 이번에 구속된 강씨 일당 같은 불법 포경단이 잡은 고래인 것이다. 주범 강씨는 멸치잡이 어선 2척을 가진 선주였지만 고래값이 오르자 어종(魚種)을 바꿨다.

포경 경험이 있는 선장과 선원으로 포경단을 꾸린 그는 포항과 영덕 동해안에서 새벽 5시쯤 35~40㎞ 앞바다로 나갔다. 고래가 보이면 전속력으로 다가가 길이 4~6m짜리 작살을 고래의 등과 머리 부위에 박았다.

일당이 직접 만든 작살을 맞은 고래가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힘이 부쳐 떠오르면 다시 작살을 던지거나 그물로 고래를 끌어올렸다. 선원들이 현장에서 고래를 해체할 때 육지의 유통책은 살 사람을 찾아 나섰다.

포경단이 돌아올 때쯤 작은 모터보트가 접근했다. 해상운반책이었다. 고래고기는 이들에게서 다시 조용한 해변에 대기 중인 육상운반책에게 넘겨졌다. 다 입·출항 신고를 피하기 위한 절차였다.

경찰은 "운반책이 매매상에게 고래를 넘겨줄 때 한적한 길에서 냉동차를 통째로 넘겨줬다가 나중에 차만 돌려받기 때문에 고래가 어떤 유통 경로를 거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에 적발된 고래 매매상은 경남 창녕 농촌에 고물창고로 위장한 대형 냉동창고를 가동하고 있었다. 압수수색 당시 창고엔 부위별로 포장된 수백개의 고래고기 상자가 포개어져 있었다. 10t이 넘었다고 한다.

포경단은 출항 때마다 고래를 잡았다고 한다. 많게는 하루에 5마리를 포획했는데 마리당 가격은 1000만원이었다. 이 중 선주와 선장이 200만원씩, 선원이 100만원을 챙겼으며 해상운반책이 300만~400만원을 떼갔다.

해상운반책의 몫이 많은 것은 위험이 크고 폭력배가 개입해있기 때문이다. 밍크고래 시세는 2000만~3000만원이지만 불법이어서 가격이 박했다. 포경단이 이런 수법으로 작년 5월부터 잡은 밍크고래는 120마리가 넘었다.

어민들에게 밍크고래는 '바다의 로또'다. 어쩌다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를 발견하면 횡재한다. 2004년 4월 25일 울산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길이 7m짜리 밍크고래는 1억2365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죽은 고래를 발견하면 해경에 신고해야 한다. 해경은 금속탐지기 검사 등을 거쳐 불법 포획인지 아닌지 확인한 후 어민에게 넘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에선 "어민들이 그물에 걸린 것처럼 위장한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경찰은 "불법 포경 조직이 전국적으로 15개 이상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이들이 고래고기 대부분을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요즘은 일본에서 밀수된 고래고기도 시중에 팔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