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일본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니코니코도우가(動畵)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11시쯤부터 생활용품기업 ‘카오’(花王) 본사 앞에서는 극우세력과 동조자 등 1200명이 모여 이 회사의 후지TV 광고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의 인터넷 중계를 본 인원도 10만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위 현장에는 “카오는 편파 보도를 하는 후지TV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라”, “카오가 자각할 때까지 물건을 사지 않겠다” 등의 구호가 등장했고, 후지TV 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대형 일장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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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일본 제조업체 카오 앞에서 열린 극우집회에서 배포된 유인물의 한토막. 김태희를 '반일 여배우'로 표기해 놨다.
현장에서 배포된 유인물 내용 가운데에는 탤런트 김태희를 ‘반일 여배우’로 규정한 글도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후지TV의 일요 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에 출연 중인 김태희가 2005년 국내에서 ‘독도 수호천사’로 위촉돼 ‘독도 사랑 캠페인’을 벌였다는 비난이었다.
이에 앞서 이들 극우주의자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 회사 제품에 악평을 달거나, 회사에 전화를 걸어 비난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 회사를 괴롭혀왔다.
후지TV의 수많은 광고주 가운데 유독 이 회사가 타깃이 된 것은, 사태 초기 극우주의자의 항의전화를 받은 이 회사 직원이 이들의 터무니 없는 주장을 대놓고 무시해버렸기 때문.
지난 8월 극우주의자들은 인터넷에 후지TV 광고주 리스트를 올려놓고 번갈아 항의전화를 돌렸는데, 이 전화를 받은 카오의 한 콜센터 직원이 “인터넷 보고 전화했습니까? (우리는) 후지TV를 지지하고 있습니다”라며 비웃는 투로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통화 내용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카오는 반한 네티즌 사이에서 단숨에 ‘공격대상 1호’로 지목됐다. 이 회사는 후지TV의 주주이기도 하다.
한편 NHK나 요미우리·아사히 등 이들의 시위 보도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온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이날 시위를 단 한줄도 보도하지 않은 채 외면하고 있으며, 이에 극우주의자들은 자국 언론이 과거 한류 스타의 일본 방문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사례 등을 거론하며 이들에게 ‘매국 언론’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