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투기 금지 두 달 앞두고 환경부 "육상처리시설 불충분"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전면 금지키로 했던 하수슬러지(하수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침전 폐기물)의 해양 투기(投棄)를 당분간 계속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2006년 하수슬러지의 해양 투기를 2012년부터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 해양 투기 금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5년 만에 투기 금지 시행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정부가 입장을 변경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8월 국토해양부가 하수슬러지의 해양 투기를 내년 1월부터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입법 예고한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하수슬러지를 해양 투기 금지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의견을 최근 국토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하수슬러지를 육상에서 처리하는 시설이 충분치 않아 내년부터 해양 투기 전면 금지는 곤란하다는 것이 환경부 입장"이라며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영할지 여부를 곧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3년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금지한 국제 협약인 '런던 협약'에 가입하고도 하수슬러지를 바다에 버리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정부는 2003년 동해에서 잡은 홍게에서 머리카락·돼지털 등이 섞여 나와 폐기물 해양 투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2006년 하수슬러지의 해양 투기를 2012년부터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 해양 투기 금지 종합대책'을 발표했었다. 이후 환경부와 각 지자체가 수천억원을 들여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등을 설치했으나 일부 시설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자 해양 투기를 계속 허용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