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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11 03:16

PS게임 신화 만든 구타라기 前회장, '한앤컴퍼니 펀드' 최고경영자문위원 맡아
美·동남아 투자가들의 8000억 펀드, 한국기업 M&A·컨설팅이 그의 임무
"器機생산에서 대량의 정보처리 능력으로 세계 IT산업의 경쟁력이 바뀌고 있다, 삼성이 클라우드 컴퓨팅 반도체 만들면 중국이나 애플은 따라올 수 없을 것"
"내 조상은 한국인… 한국의 인재·헝그리 정신은 최고의 무기"

/블룸버그
"세계 IT산업의 중심 경쟁력은 '기기·부품 대량생산 능력'에서 '대량의 정보처리 능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인건비가 싼 중국, 어쩌면 두바이로 넘어갈지 모릅니다. 한국이 애플보다 앞서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할 때가 왔습니다."

'소니의 혁명가'로 불리는 구타라기 겐(久夛良木健·61) 소니 게임사업부문(SCE) 전 명예회장은 IT 산업에서 손꼽히는 경영의 대가(大家)다. 1993년 그는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게임기 '플레이 스테이션(PS)' 사업을 입안해 매출 11조원(8300억엔·지난해 기준) 규모로 키웠다. PS 시리즈는 1994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3억4000만대가 팔렸다. "삼성전자가 세계 제1의 반도체 기업이 될 것" "인터넷으로 게임기를 서로 연결해 즐기는 시대가 올 것" 등 그가 90년대 내놓은 예측들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그가 이제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달 28일 소니 게임사업 부문 명예회장에서 퇴임한 그는 최근 도쿄에서 기자와 만나 "투자 펀드의 권유로 자문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을 맡았다"고 말했다. 미국·동남아 지역의 투자자가 모여 조성한 8000억원 규모의 한국 기업 투자(M&A 및 경영 자문) 펀드 '한앤컴퍼니 펀드' 최고 경영자문위원을 맡게 된 것. 윤여을 전 소니코리아 대표, 한상원 전 모간스탠리 아시아사모펀드 최고투자책임자 등 국내 펀드 운영진이 투자를 집행하고, 그가 투자 대상 선정과 투자 기업 개선을 위한 경영 자문을 맡는 구조다.

그는 기자에게 "최근 IT 산업이 격변하면서 한국, 그전에는 일본이 자랑하던 '대량 투자, 대량 생산을 통한 시장 장악'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 PC나 휴대폰에 파일을 저장하지 않고 중앙시스템(데이터센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으로 내려받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키워드 참조)'이 대표적인 격변 사례다. 그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개인의 정보가 점점 더 IT 단말기(PC·휴대폰 등) 대신 구글·애플의 중앙 시스템(서버·데이터센터)에서 통합돼 처리되고 있다"며 "IT 기기·부품 시장이 예전처럼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더 성능 좋은 기기를 더 많이 살 이유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와 PC에서는 이미 복잡한 정보처리 부품이 많이 줄어들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겁니다. 대신 구글·아마존의 정보처리 중앙시스템(데이터 센터)이 삼성 반도체 공장보다 더 커지는 세상이 올 겁니다. 2000달러가 넘는 TV도 앞으로 수십만원짜리 모니터로 대체될지 몰라요."

구타라기 전 명예회장은 “이렇게 IT 기기·부품이 간단해지고 저렴해지면 한국 IT 기업은 더는 중국 기업과 차별화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는 이런 변화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콘텐츠 서비스가 잘 되니까 우리도 콘텐츠를 한다는 식은 안 됩니다. 따라 하면 성공 확률이 더 낮아요. 데이터센터 같은 중앙 IT 시스템 개발 능력만 해도 미국은 물론 이미 실리콘밸리에 중국·인도 인재가 풍부합니다. ‘한국만이’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내 먼저 해내야 합니다.”

그는 “예를 들면 지금의 반도체는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을 설계에 반영하지 못해 처리 속도가 느리다”며 “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반도체를 내놓으면 중국이나 애플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영화를 인터넷에 저장하고 불러내는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개인의 모든 생활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영화 ‘메트릭스’처럼 꺼내 다시 가상 체험하는 ‘타임머신’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렇게 새로운 시대에 맞서 한국 기업의 역동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한국 기업은 ‘헝그리 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

실제로 그는 일본 내 대표적인 친한파(親韓派)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는 자택 정원에 백제 양식의 석탑을 들여놓기도 했다. 2004년 삼성전자와 LCD 합작공장(S-LCD)을 세울 때에는 소니그룹 부사장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소니 시절 반도체·LCD 거래를 하면서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 이윤우 부회장 등을 비롯한 한국 기업의 훌륭한 인재와 저력을 알게 됐다”며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소니 출신인 내가 돕는다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도전을 즐기는 개인적인 성향도 역동적인 한국 기업 투자 자문을 맡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일본 전기통신대를 나온 정통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졸업 당시 주변에서 미쓰이·미쓰비시 등 당시 일본 유력 기업 입사를 권유하자, “보수적인 분위기는 싫다”며 당시 신흥 기업이던 소니로 지원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적지 않게 현실로 변할 것이고, 현재 IT 제품의 설계 방식과 구조(프레임 워크)도 크게 바뀔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노하우를 합쳐 향후 변화에 걸맞은 참신한 사업 모델을 꼭 개발해내겠다”고 말했다.

☞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개별 PC에 각종 자료나 소프트웨어를 저장해두는 대신 대형 서버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불러내 사용하는 서비스. PC나 스마트폰은 ‘깡통 같은 단순한 몸’이 되고 서버가 중요 데이터를 담고 있는 ‘영혼’ 역할을 한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IT산업에 점점 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복잡한 전산 시스템이 ‘구름(cloud) 속에 숨어서 작동하는 것 같다’는 뜻에서 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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