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콜릿 공예 기술 세계에 알렸죠"
세계 최고 수준의 초콜릿 제작자들은 어느 나라 출신일까? 유럽 등 서구 국가가 대부분인 그 명단에 올해부터는 한국도 이름을 올릴 수 있겠다.
지난 5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열린 월드페스트리팀챔피언십(WPTC) 초콜릿 공예 부문서 김덕규(46) 제과 기능장이 한국인 최초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국제빵과자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선발되어 이번 대회 한국팀 팀장으로 출전했다. WPTC는 제과제빵업계의 대표적인 세계 대회로, 올해는 덴마크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 8개국 대표팀들이 실력을 겨뤘다. 김 기능장은 현재 경남 김해 삼정동에서 그의 이름을 딴 '김덕규 과자점'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초콜릿 제작 강국들을 물리치고 한국의 제과 기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기쁩니다."
그의 수상소감에는 한국의 제과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초콜릿 공예 부문에 도전한 것도 그 분야에서 한국인 일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회출전을 위해 연습한 초콜릿 양만 500kg이 넘을 겁니다. 설탕공예 등 다른 부문에서는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초콜릿 분야는 일본이나 유럽 국가에 밀려 수상자가 없었죠. 그래서 서울서 합숙을 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이번 대회 수상작은 높이 2m50cm의 작품으로 선물로 받은 신발을 신고 자전거로 전 세계를 여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초콜릿으로 빚은 다람쥐나 꽃 등 세부 묘사가 정교하고, 초콜릿 자체의 완성도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작 김 기능장의 유년 시절은 작품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졸업 후 바로 빵집에서 일했다. "형제 많은 집안서 입 하나 덜기 위해서 일찍 일을 했어요. 빵집서 일하면 굶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부모님이 보내셨나 봐요. 그렇게 시작한 일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했습니다."
30년 동안 빵과 함께하며 기능장 자격도 얻고, 뒤늦은 공부 끝에 대학 졸업 후 대학 강단에서 강의도 했다. 이제는 훌륭한 후배들을 키우는 것이 최고 목표. "요즘 후배들 수준과 실력이 많이 향상됐습니다.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저의 최대 과제입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