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상 정보는 정확도 떨어져"
연근해뿐 아니라 원양에서도 4분의 3이 日기상청 자료 수신
기상청 "해양기상 예측모델 없어"
남태평양에서 조업을 하는 원양어선 A호의 선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상(氣象) 정보를 살펴본다. 하지만 한국 선박들이 가까운 바다나 먼바다에서 가장 많이 받아보는 기상 정보는 국산(國産)이 아니라 일본산이다.항해사들은 배 안에 설치된 단파 수신기 주파수를 조절해 해양 기상 정보를 팩스 형태로 받아본다. 수신기에서 출력된 일기도(日氣圖)에는 'Japan Meteorological Agency, Tokyo(일본기상청)'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방송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정보의 정확도와 다양성, 수신 상태가 모두 뒤떨어진다"고 했다.
영역기상방송이란 연안·원양에서 항해 중인 선박이나 여객선 등이 수신하는 국내외 기상 실황 및 예보 무선 통신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1971년부터 김포 기상통신소에서 방송하고 있으며, 현재 해상 기상특보, 태풍 정보 등 20종의 기상 정보를 하루 63회 제공한다. 바다에서 항해하거나 조업하는 선박들은 라디오 채널을 선택하듯 수신기 다이얼을 돌려 인근 국가의 영역기상방송에 주파수를 맞춰 기상 정보를 팩스 형태로 받아볼 수 있다. 5년 동안 원양어선을 탄 한 선원은 "항해를 하고 있는 대륙에 따라 연안국에서 해양 기상 정보를 받지만 극동지역으로 다가오면 (한국 자료가 아닌) 일본 자료를 받는다"며 "태풍이 올 때에도 한국, 미국, 일본 자료를 다 받아서 보지만 일본 자료 정확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상청이 그런 것을 보내고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국해양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일본기상청이 제공하는 팩스와 한국기상청이 제공하는 팩스의 일기도들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파도의 방향과 세기, 해빙(海氷) 정보, 기압의 이동 방향과 속도 등의 정보에 있어 일본측이 제공하는 콘텐츠(정보)가 더 풍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본은 북태평양 해류의 표층(수심 100m)이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까지 정보를 준다. 정지(停止) 기상위성 구름사진도 함께 전송한다. 먼바다에서 항해하거나 조업하는 선박들엔 다양하고 자세한 자료를 담은 일본측의 기상 예보가 더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역기상방송에서 한국이 일본에 뒤지는 이유에 대해 기상청 서장원 해양기상과장은 "해양 기상 연구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양 기상 예측 모델도 없는데다 전문 예보관이 없으니 관측을 하더라도 예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기상청은 현재 해양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며, 오는 10월쯤에는 초기 완성형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