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깨느니 덮는 게 상책" 이심전심?
경제·전략적 실익이 더 커… T-50 수출도 성사 단계
서로 '형제'라 부르는 양국 대통령 친분도 작용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호텔방 잠입사건에 대해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동시에 진화(鎭火)에 나섰다.외교부의 고위 당국자는 22일 기자실을 찾아 "이번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것이 과연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고려를 해달라"며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을 이끌고 방한(訪韓)했던 하타 라자사 경제조정관은 인도네시아의 영자(英字) 신문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한국 정부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 손님들은 자기들 방인 2061호실 대신 인도네시아 산업부 관리들이 묻던 1961호에 별생각 없이 들어갔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측의 설명은 국정원이 사건 초기에 비공식적으로 밝혔던 사건 경위와 똑같다. 인도네시아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이렇게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①15일 국방장관회담 성과에 만족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푸르노모 유스지안토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 간 회담에 대해 인도네시아측은 크게 만족했다고 한다. 이 회담을 통해 1대에 2500만달러에 이르는 국산 T-50 초음속 훈련기의 수출도 사실상 성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회담이 끝난 뒤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한국과의 방산(防産) 협력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갖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②한국에서 얻는 경제·전략적 실익 크다
인도네시아가 한국과의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한국은 6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인도네시아는 2007년 기준으로 한국에 91억달러를 수출했다. 같은 해 한국으로부터는 57억달러를 수입, 약 3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 방산업체로부터 상륙함, 차륜형 장갑차, 통신장비 등 각종 방산장비를 도입해 국방을 강화해왔다. 지난 2001년 우리나라의 기본훈련기 KT-1 12대를 수입하는 대신 자신들이 만든 CN-235 수송기 8대를 수출했다.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방위력 증가사업의 핵심이 공군보다는 해군력"이라며 "조선(造船) 강국인 한국의 협력을 내심 바라고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양국 대통령 서로 '형제'라고 부르는 사이
이명박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서로를 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긴밀한 사이다. 이런 두 대통령의 관계가 이번 사건을 조기 수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방한한 특사단이 부산신항만을 방문할 때 대통령 전용기와 공군 헬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최근 극비리에 작성한 2011~2025년 인도네시아 경제개발 계획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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