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재개 요구도 거부… 금융위, 6개월 영업정지 조치
저축은행이 예금 인출 사태를 피하기 위해 당국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휴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강원도 춘천에 본사가 있는 도민저축은행은 22일 오전 9시부터 춘천 본점을 비롯한 강원도 6개 점포에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을 내고 영업을 중단했다. 금융회사가 금융 당국의 영업정지 조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영업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도민저축은행에 대해 무단 휴업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영업을 재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이날 밤늦게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도민저축은행은 금융위원회가 자기자본비율(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이 정상 수준(5%)을 밑돌아 부실이 우려된다고 발표한 5개 저축은행 중 한 곳이다. 도민저축은행은 지난달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재무 상태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고, 오는 24일까지 경영 개선 계획안을 금감원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금융권에서 부실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으로 지목돼온 7곳(부산·부산2·중앙부산·대전·전주·보해·도민)이 모두 영업정지를 당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나머지 저축은행 97곳에 대해서는 예금 대량 인출사태만 발생하지 않으면 상반기 중에 추가 영업정지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금자들을 안심시켰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그동안 예금 인출이 집중됐던 부산지역 저축은행 10곳의 예금 인출액은 이날 360억원으로 전날(90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영업정지된 보해저축은행의 본점이 있는 전남 목포를 찾아 지역 민심 잡기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목포·전남지역 저축은행 예금자 및 기업·서민 금융지원 대책회의'에 참석해 "보해저축은행의 자구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행돼 BIS비율 등 경영 상태가 호전되고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되면 6개월 영업정지 기간 이내에도 영업 재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보해저축은행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영업정지됐지만, 대주주인 임건우 보해양조 회장이 "5000만원 초과 예금도 전액 보장하겠다"고 밝힌 이후 급속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