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철 스포츠부 차장대우

7일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그린베이 패커스의 미국 프로 풋볼 리그(NFL) 결승전인 수퍼볼이 미국 댈러스 알링턴의 카우보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국내에 생중계되진 않았지만, 많은 한국 팬들은 두 팀 중 스틸러스를 응원했을 것이다. 스틸러스의 베테랑 공격수 하인스 워드가 한국계이기 때문이다.

6일 끝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피겨 금메달을 딴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텐은 일제강점기 의병장인 민긍호 선생의 후손이다. 어려서부터 한국을 자주 방문한 그는 "나는 반쪽은 한국인, 반쪽은 카자흐스탄인인 '하프 코리안'이다. 한국은 내게 제2의 고향이다"라고 말한다.

남자농구에선 국가대표로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이승준을 비롯해 그의 동생 이동준, 문태종·문태영 형제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유럽 상위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문태종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동생과 함께 뛰며 선수생활을 마치고 싶다"며 거액도 뿌리치고 국내리그에 자원했다. 문태종은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란 한글이 새겨진 머리띠를 하고 농구코트에 나선다.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연장 결승골로 일본에 통산 네 번째 우승컵을 안긴 리 다다나리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남자유도 81㎏급 금메달을 딴 아키야마 요시히로는 국적은 일본이지만 리 다다나리는 '이충성', 아키야마는 '추성훈'이란 한국 이름을 가진 재일교포다. 일본에서 '조센진' 소리를 듣고 차별 속에 자란 두 사람은 조국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꿈과 희망을 의미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을 '조센진' 대신 '반(半)쪽발이'라고 불렀다. 좌절한 그들은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 성공시대를 이뤘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를 세 차례나 우승으로 이끈 김성근 감독도 재일교포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구귀국한 그는 "막상 한국에 오니 일본보다 더 차별이 심했다. 내겐 무조건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차가운 시선이 오히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이 됐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충성을 보면 마음이 슬퍼진다. 상당수 재일교포들이 귀화하는데,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마음이 짠해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반만년 역사' '단일민족'이란 단어를 귀가 아프게 들으면서 자랐다. 하나의 핏줄이 오랜 역사를 함께 해왔다는 사실은 분명히 자랑스러워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또한 우리 사회를 배타적으로 만들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차별과 냉대 속에서 성장한 외국의 '하프 코리안'이나 교포들은 한국을 마음의 고향처럼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막상 한국 땅을 밟고 나서 마주치는 것은 심한 차별과 냉대다. 국내에서 생활하는 '하프 코리안'들이 받는 냉대와 차별 대우는 더욱 심하다. 그들의 몸속에 흐르는 우리 민족의 피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절반의 피까지도 존중하고 아껴줄 때, 대한민국이 진정한 '글로벌 코리아'로 대접받게 되지 않을까.

일문으로 이 기사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