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은 경기 직후 트위터에 “관중석에 있는 욱일승천기를 보는 내 가슴은 눈물만 났다”고 썼다. 욱일승천기는 제국주의 일본의 군대가 사용한 깃발이다. 기성용은 트위터를 통해 골 뒤풀이의 뜻을 설명한 것 같다. 욱일승천기를 내건 일본 응원단을 비난하며 기성용을 두둔한 축구팬도 있었다. 하지만 비난하는 팬이 더 많았다. 기성용은 다시 “선수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일본 언론은 기성용을 비판했다. ‘산케이스포츠’는 27일 “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를 인종차별 행위로 인정할 경우, 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성용도 지난해 10월 세인트 존스턴과의 스코틀랜드 리그 경기에서 상대 서포터스로부터 모욕을 당했다. 그들은 ‘우~ 우~’ 하는 원숭이 소리로 동양인인 기성용을 모욕했다. 기성용의 동료인 차두리가 먼저 알고 분통을 터뜨리며 트위터에 내용을 올리자 국내 팬들이 분노했다. 기성용도 스코틀랜드에서는 인종 모욕의 피해자였던 셈이다.
축구는 본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스포츠라고 한다. 국가대항전은 민족의식을 한껏 부추긴다. 기성용의 골 뒤풀이는 가슴이 뜨거운 젊은 선수가 도에 넘치게 기쁨을 표현한 사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 칼럼니스트 우쓰노미야 데쓰이치가‘스포츠나비’에 쓴 ‘한·일전 후일담’이라는 칼럼은 주의해 읽어볼 만하다.
“기성용은 훌륭한 재능을 지닌 선수다. 그는 틀림없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향후 만약 일본전에 출장해 골을 넣을 기회가 있다면 쿨한 포즈로 세리머니를 마무리하길 바란다. 일본 축구팬들에게는 그런 기성용의 모습이 훨씬 분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정찬 스포츠 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