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의 각 언론에서는 카도카와 쇼텐의 도쿄애니메페어 보이콧을 크게 다루면서 도쿄도와 카도카와 쇼텐의 '전면대결' 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여기저기에서 이와 관련된 코멘트가 많이 나오는 분위기입니다만, 우선 관련 업계 쪽은 동요하면서도 정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반면 업계인 개인의 의견 개진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 중앙 정부 다음가는 권력을 가진 가진 도쿄도에게 나쁘게 보여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최근 도쿄도 고위층의 만화, 애니메이션 업계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언행이 계속된 만큼 일선 편집자나 작가들은 당연히 분노하고 있습니다만, 경영자 차원에서는 그것만으로 회사의 앞날을 좌우하는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도카와가 먼저 나선 것은 나름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부의 걱정처럼 도쿄도가 조례를 통과시키자마자 시범 케이스로 카도카와를 바로 손보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가능하겠죠. 하지만 조례가 통과되지 않고 이 문제가 다음 지방선거에까지 이어질 경우 카도카와는 얻을 것이 많습니다.
우선 이번 조례 제정 과정에 불만을 갖고 있던 많은 작가와 편집자들이 카도카와 쇼텐에 호감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이적을 선택할 가능성이 아주 커졌습니다. '권력에 굴복해 창작 의욕을 꺾는 회사'와 '권력과 맞서 창작의 자유를 지키는 회사'의 구도가 극명하게 갈린다면 창작자들이 후자를 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서는 이번 카도카와의 선택이 빅3(슈에이샤, 코단샤, 쇼가쿠칸)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찬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실패했을 때의 부작용도 적지는 않겠지만, 카도카와 그룹 차원에서 현 도쿄도 지방정부와 정면 대결할 경우 도쿄도 쪽에서도 치러야 할 댓가가 워낙 크기에 진짜 대결이 벌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카도카와의 결단은 순수하게 창작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의거라기보다는, 이번 사태로 인해 불거진 권력과 출판사와 작가들의 역학 관계를 면밀히 파악한 뒤 나름대로의 승부수를 던진 사업적 결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그 결단은 도쿄도의 이중적인 행동에 비해서는 훨씬 평가받을 만한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카도카와 쇼텐의 결단에 동조하는 회사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만 수면하에서는 이미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더구나 현재까지는 카도카와 그룹 차원의 대응이 아닌 카도카와 쇼텐만의 대응이라고 되어있지만, 이런 큰 승부수에 다른 그룹 계열사가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과연 다른 회사들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그것이 카도카와 쇼텐의 결단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아니면 카도카와 쇼텐에게 시장의 주도권을 바치는 자충수가 될지는 지켜봐야 될 듯합니다. 어찌됐든 이번 도쿄애니메페어는 많이 시끄러울 것 같군요. 하지만 애니메페어에 간다고 해도 그 싸움을 직접 구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내년에는 일단 패스를 생각 중입니다.
- 2010/12/10 09:28
- lgaim.egloos.com/3518543
- 덧글수 : 3
덧글
실상은 카도카와 쇼텐 단독이 아니라 그룹 전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인가요
조만간, 빅 3 측에서도 뭔가 카드를 꺼낼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