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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그들의 넋을 위로하자”
당시 소대장 최영언·이상우씨 “왜 죽였는지 이해 안 돼… 분명히 잘못된 일”

지난해 10월, 노근리 사건이 한창 파헤쳐질 때였다. 이상우씨는 신문을 통해 노근리 사건을 접하다 베트남전을 떠올렸다. 그가 겪은 비슷한 사건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로부터 다섯달 뒤 <한겨레21>에서 온 전화를 받으며 그는 “착잡함을 느꼈다”고 한다. 최영언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겨레21> 취재팀이 “베트남” 운을 떼자 그는 곧바로 중앙정보부를 떠올렸다.

당시 디엔반현의 퐁니촌 사건은 청룡부대원들 사이에서 ‘제2의 밀라이’로 불렸다고 한다.(이 사건은 정확히 밀라이보다 한달앞서 발생했다) 청룡부대 출신 한 장교는 “청룡부대에서 가장 골치아픈 사건”으로 기억했다. 그러면서 당시 장교들은 이 사건의 교훈을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했다. “처리를 확실히 해야한다. 생존자가 있으면 나중에 꼭 문제가 생긴다.”

어쨌든 이 학살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게 1·2소대장으로 참전했던 최영언·이상우씨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들은 “왜 후송시킨 아이들과 부녀자, 노인들을 죽였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우리가 마을을 공격할 때 베트콩들은 이미 다 도망가고 없었다. 마을 주민들이 저항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애들이 겁이 나서 도망가니까 죽인 건지 참….”(최영언) “아무리 전쟁터였지만 뒤로 보낸 주민들을 사살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이상우)

최영언씨는 그들의 혼을 위로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처를 감추기보다는 전쟁없는 우리의 후대를 위해서 민간차원이든 국가차원이든 나서야 한다. 뒤늦게 잘잘못을 가리자는 게 아니다. ‘우리도 피해자’라고 얼버무리기 전에 과연 그 상황에서 꼭 그래야만 했나… 사살하는 길밖에 없었나 냉정히 생각해볼 때다.” 이상우씨도 “베트남전 민간인 희생자들을 돕는 일에 참전군인들이 동참하는 건 참 좋은 일”이라며 “그것이야말로 인간된 도리”라고 말했다.

한겨레21 2000년 05월 04일 제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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