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로 순국 78주기를 맞은 이봉창 의사가 1932년 1월8일 당시 일왕 히로히토에게 폭탄을 던진 장소는 도쿄 ‘경시청 현관 앞’이었으나 일제가 의도적으로 ‘앵전문(櫻田門·사쿠라다몬) 밖’이라고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일 근대사 사료 전문가인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은 10일 “당시 일본 내무성 경보국의 내부 보고서를 보면 ‘이봉창의 폭탄 투척 자리는 경시청 현관 앞 삼각형 정원 지점이다. 그러나 앵전문외 사건으로 발표한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밝혔다. 당시 거액을 들여 경시청 청사를 신축한 직후였던 일제는 왕궁 바로 맞은편이자 치안총본부 현관 앞에서 천황 암살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창피한데다, 책임추궁을 우려해 이를 숨기고 사건을 축소하려 했던 것이라고 최 원장은 설명했다.

실제로 앵전문은 황궁의 여러 작은 출입구 가운데 하나로 경시청과는 대각선으로 1㎞ 이상 떨어져 있고, 32년 당시 일왕의 행렬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러나 순국 78주기를 맞아 이봉창의사기념사업회가 지난 9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비롯해 국가보훈처의 기록, 인터넷 백과사전 등에는 의거 장소가 여전히 ‘앵전문 앞’으로 나와 있다. 또 독립운동사 연구 권위자의 저서나 시사잡지 등에서는 ‘앵전문’ 사진을 사건 현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봉창 의사의 투척 장소가 경시청 현관 앞이란 사실은 홍인근 국제한국연구원 이사가 펴낸 <이봉창 평전>(2002년)에서 처음 거론됐으나, 일제가 이를 숨긴 연유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홍 이사는 “피폭 당시 히로히토가 만주국 괴뢰황제 푸이와 함께 관병식을 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푸이가 일본을 방문한 것은 그다음해인 1933년이었다”며 “항일투쟁사 연구가 대부분 일제가 공개한 자료나 당시 보도, 구술 등에 의존해온 까닭에 잘못 알려진 사실이 아직도 많다”고 지적했다.

도쿄/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