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학자 "강제병합은 `식민주의 범죄'"(종합)
무샤코지 킨히데, 동북아역사재단 국제학술대회 발표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일제의 한일강제병합이 국제법상 불법일 뿐 아니라 식민주의 범죄라는 주장이 일본 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무샤코지 킨히데(武者小路公秀) 오사카경법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은 23일 동북아역사재단이 서울 서대문 재단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1910년 한국강제병합, 그 역사와 과제' 리셉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무샤코지 소장은 "강제병합이 국제법에서 허용되지 않았음은 명백한 사실"이라면서 "오늘 발표는 위법성이 이보다 폭넓은 역사적, 법적, 윤리적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법은 서구의 식민주의 세력이 주창한 것이기 때문에 '식민주의 범죄'를 포함하지 않았으며 일제의 전범을 재판한 도쿄 재판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한일병합에 관한 논의는 '실제로 존재하는 법(lex lata)'이 아닌 '법적 정의에 따라 있어야 할 법(lex ferenda)'의 관점에서 살펴보려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무샤코지 소장은 식민주의 범죄에 대해 "'반평화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모두 해당하는 전형적인 범죄로 인식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일본인들이 한국의 식민지화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병합' 100주년이야말로 일본의 식민지 범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며 "일본인들이 식민지 범죄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러한 '병합'의 렉스 페렌다(lex ferenda) 측면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이 같은 주장으로 일본에서 반일 지식인으로 낙인찍혔다"며 "그러나 나는 일본의 애국자로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일한국인인 변영호 쓰루문과대 교수는 이어진 '한국강제병합 100년과 재일한국인'이란 주제발표에서 재일한국인이 겪는 어려움을 언급했다.
변 교수는 한국 국적이나 조선 국적을 보유한 재일한국인들은 참정권을 요구할 때마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느 나라의 총대를 멜 것인가' 등의 비이성적 질문을 종종 듣는다고 전했다.
그는 "재일 한국ㆍ조선인이 일본 국적을 취득해도 마찬가지"라며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일본의 국회의원이 된 사람에 대해서도 '조국과 일본 사이의 국익 충돌이 있을 경우, 일본의 국익이 상실된다'는 비난이 거듭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북한, 일본과의 화해와 항구적인 평화가 불가결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과 7월 '한일지식인 공동선언'을 주도한 김영호 유한대 총장은 선언과 관련한 발표를 통해 "지식인 선언 이후 비슷한 선언이 줄을 잇는 등 물꼬가 터졌으며 전문역사가들도 다수 포함됐다는 점은 '상류'의 물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제 이 물줄기가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과정만이 문제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 쪽에서 공동선언에 참여한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 이바라키대(茨城)대 교수는 "1965년 한일협정에서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미 원천 무효(already null and void)'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한 해석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다르다"며 "공동선언에서는 이런 해석 차를 한국 쪽 주장으로 일치시키자고 합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라이 교수는 이어 "간 나오토 총리는 담화에서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라는 표현을 덧붙임으로써 애매모호하게 '말을 통한 결착(結着. 결말)'을 내리려 했다"며 "말을 통한 결착은 (향후) 전진할 수도 후퇴할 수도 있는 '불안정'한 것"이라고 비판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기조연설에 앞서 행한 개회사를 통해 "일본의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는 이번 학술회의가 한일 간 역사갈등을 극복하고 역사화해를 이룩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10년 한국강제병합, 그 역사와 과제' 국제학술대회 본 행사는 24~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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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8/23 21:43 송고